[박근혜 경제민주화 시동] 정부, 대기업 전방위 압박… 국정과제 실천 기선제압

입력 2013-03-05 11:20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에 시동이 걸렸다. 각 부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등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 실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다수의 국정과제가 대기업의 협조 없인 달성이 불가능해 정권 초기 정부가 재계를 상대로 기선제압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명박(MB) 정부가 정권 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현재까지 대기업 압박의 선봉장은 고용노동부다. 방하남 노동부 장관후보자는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 “유통업계 전반으로 불법파견 실태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노동부는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누출 사고 특별감독을 통해 2000건에 가까운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엔 이마트 특별근로감독 결과 판매도급 직원 1978명을 불법으로 파견 받아 사용한 것을 적발해 직접고용 지시를 내렸다. 이에 이마트는 하도급 업체 직원 1만명을 직접고용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롯데마트도 신선식품 코너에 근무해온 하도급 인력 1000여명을 상반기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정책이다.

방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기업의 창업과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며 일자리를 나누기 위한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히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들어 가용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대규모 조사에 착수했다. 4대 그룹의 내부거래 공시위반 조사,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파악을 위한 식품업체 현장조사, 수입차업체의 부품가격 폭리 조사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국회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강화된 제재 근거를 토대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단가 후려치기를 근절하기 위해 대기업의 하도급 관행에 칼을 들이댈 가능성도 크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정과 공약 이행을 위한 세수 확보를 위해 대기업과 일전을 벌일 태세다. 우선 과거 투자 유도 명목으로 대기업에 부여했던 각종 비과세 제도를 손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농산물과 가공식품, 석유류 분야에서 유통기업들이 폭리를 취하는 구조도 뜯어고칠 계획이다. 기재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21일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한 주요 식품업체 협의회’를 열어 정권교체기를 틈타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렸던 일부 가공식품업체를 호되게 질책했다.

재계는 거세지는 정부의 압박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근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2일 “경제민주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국민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향후 재계의 반발이 커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11년 3월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하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사회주의 국가인지, 공산주의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정면충돌한 전례가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MB정부가 풀지 못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등 주요 과제는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의 몫으로 남았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