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갈등과제] 미래부 발목잡혀… ‘과학벨트’ 조성사업도 기약없어
입력 2013-03-05 19:51
새 정부가 출범하기를 기다린 크고 작은 갈등과제가 적지 않다.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권 초기에 추진해야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이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식물정부가 현실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보이면서 갈등과제들은 풀리지 않은 채 쌓이고 있다. 분야별로 빠르게 해결돼야 할 시급한 과제들을 짚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조성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이슈이다. 과학벨트는 대전 신동·둔곡 지구 370만㎡(약 110만평)에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중이온가속기 등 핵심 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미 2011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과학벨트 기본계획안(2012∼2017)’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계적 수준의 연구거점을 조성하려던 원대한 계획은 꼬이기 시작했다. 거점 지구의 부지매입 비용 7300억원의 분담을 놓고 정부와 대전, 충청도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교과부가 2013년 예산에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로 700억원(전체의 약 10%)을 책정하면서 얽힌 실타래는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결국 전액 삭감됐다.
숙제는 새 정부 몫으로 넘어오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과학벨트 거점지구의 부지 매입비를 국고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1일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대전과 충청지역은 새 정부가 부지 매입비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이 발목을 잡았다. 과학벨트사업의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출범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올해말 혹은 내년초 착공이 가능해질지가 불투명해졌다. 과학벨트 조성사업자인 LH는 당장 부지매입비 예산이 일부라도 확보돼야 오는 6월까지 사업 실시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지 매입비 분담 방안 등 중요한 정책 결정은 미래부 출범 이후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관 후보자까지 사퇴한 마당에 기획재정부 등과 예산을 본격 협의하려면 새 장관이 오고 조직이 갖춰지는 4월 이후는 돼야 할 전망이다. 교과부 과학벨트기획단 관계자는 “이렇게 늦어지면 추진 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복지사업 중에서는 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정책들이 특히 타격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저소득층을 돕는 기초생활수급제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와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제 개편은 저소득층 탈락자의 반발이 거셀 가능성이 높아 세부안을 만드는 데 공을 들여야 하는 사안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TF를 출범시키고 연구용역을 발주해 수혜대상자와 예산 등을 따졌어야 하지만 아직 연구용역에 대한 공모도 하지 못한 상태다. 부처 협의도 TF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6월 전에는 실행안이 확정돼야 예산에 반영되고 내년부터 정상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며 “새 장관이 오고 인사가 이뤄져야 속도가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태원 이영미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