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력한 법집행이 주한미군 범죄근절의 시작이다
입력 2013-03-05 18:12
지난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적용된 주한미군의 범죄는 294건이다. 도로교통법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교통사고 관련이 166건이고 강도 2건, 성폭력·성추행 3건, 상해·폭행 23건 등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강도 2559건, 성폭력·성추행 1만9621건, 폭력 31만1849건이 발생했으니 건수만 놓고 보면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한미군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개인적 범죄인데 반미감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범죄를 저질러 우리나라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주한미군은 8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더욱이 기소된 80여명 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4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1심 형사재판 실형률(약 15%)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니 주한미군이 서울 한복판에서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고 달아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우리 사법체계 자체를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SOFA의 불합리한 조항을 개선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1991년 1차 SOFA 개정, 2001년 2차 개정 이후 주한미군 범죄는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본, 독일 등에서 시행되는 각종 협정에 비해 SOFA는 미군에게 너무 치우쳐있다. 개선할 곳이 아직 많은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사법 당국이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주차단속에 항의하는 시민 3명을 불법 체포했던 주한미군 헌병에 대해 검찰은 아직도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주저하고 있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이 논의됐지만 그뿐이었다. 우리가 법 집행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미군이 잘못된 조항을 고치자고 먼저 나설 리 없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조롱받고, 국민들이 이에 분노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진정한 한·미동맹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