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정치의 계절, 한국과 중국

입력 2013-03-05 18:16


중국에서 3월은 정치의 계절로 불린다. 매년 3월초면 베이징에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무렵 양회를 열기 시작한 건 8기 전인대와 정협이 소집된 1993년부터였으니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 전에는 정치상황에 따라 회의 개최 시기가 일정치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10년 중 전반부 5년을 담당할 국가 기관의 장과 행정 조직이 올 양회를 통해 확정되는 만큼 이 정치 행사가 국내외로부터 주목받는 건 당연해 보인다.

장면 하나.

최근 광저우(廣州)군구 모 특수전부대 입구. 출입 장병들을 상대로 주류 소지 여부 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앙군사위는 주석인 시진핑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12월 하순 전군에 금주령을 내렸다. 요즘 전국의 부대 주변에서는 각 군구 기율검사위가 이끄는 ‘금주조사팀’이 암행중이다.

이들은 호텔이나 술집에 몰래 들어가 음주 군인이 없는지 조사한다. 중국 군대의 음주 습관은 악명높다. 광저우군구 모 공군부대의 경우 술로 인해 장병 가운데 30%가량이 위장병을 앓고 있을 정도다. 금주령 뒤 위장병 환자가 다소 줄어들었다.

장면 둘.

지난달 18일 저장(浙江)성 루이안(瑞安)시 마위(馬嶼)진 황서(篁社)촌 촌위원회 건물. 81세 노인 추르런(邱日仁)은 문화혁명 때 노선투쟁 과정에서 동네 주민을 목 졸라 죽인 혐의(고의살인죄)로 이곳에 설치된 법정에 섰다. 사건 발생 46년 만이다.

중국 형법에 따르면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는 공소시효가 20년이지만 수사나 재판을 고의로 기피했을 경우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문혁 당시 루이안시가 속한 원저우(溫州)지역에서만 무력 노선 투쟁으로 숨진 사람이 1018명에 달했다. 전국적으로는 사망자 2000만명, 숙청된 사람 1억명에 달한다고 개국원로 예젠잉(葉劍英)이 밝힌 적이 있다.

장면 셋.

“쉐시팬클럽(學習粉絲團)이 주목을 끌 수 있도록 일부러 신비주의 수법을 썼을 뿐이다.” 시진핑 총서기를 배우자는 ‘쉐시팬클럽(學習粉絲團)’ 운영자 장훙밍(張洪明)이 지난달 22일 주간신문 남방주말(南方週末)과 와이드인터뷰를 가졌다.

남방주말은 “장훙밍이 지난해 11월 21일 쉐시팬클럽을 개설한 뒤 3개월 동안 언론과 제대로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며 한 면을 털어 관련 기사를 썼다. 장훙밍은 쉐시팬클럽에 온갖 억측이 쏟아지는 데 대해 그동안 시진핑 관련 소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계정 팔로어는 이미 120만명을 넘어섰다.

세 가지 상황 모두 중국 언론이 전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장면은 다양한 중국의 얼굴을 읽게 해준다. 이처럼 땅 넓고 사람 많은 나라를 중국공산당이 크고 작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순조롭게 통치하고 있다. 그들은 시진핑 체제가 계속되는 2020년대 초까지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 국영 CCTV 뉴스 채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른 한국 정치 상황을 전하고 있다. ‘강한 중국’을 외치는 나라 옆에 위치한 작은 나라 대한민국. 새 정부 시작부터 ‘식물 정부’라니…. 우리는 향후 10년, 아니 5년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