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 감싸려 국회선진화법 동원한 민주당
입력 2013-03-05 18:13
국회 윤리특위가 어제 막말과 불법 촬영 파문을 일으킨 의원들의 징계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의원들의 동료 감싸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 규정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윤리특위는 당초 전체회의를 열고 새누리당 김태호, 민주통합당 이종걸·배재정 의원 징계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위원 7명이 안건조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바람에 무산됐다. 안건조정은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에 규정된 절차로, 여야 의견이 다를 경우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따라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90일간 이견을 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당 의원 2명에 대한 징계안에 대한 여야 의견 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전체회의를 코앞에 두고 안건조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징계안 처리를 저지하려는 꼼수라는 새누리당의 비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민주당 이 의원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을 ‘그X’이라고 욕한 글을 트위터에 올려 물의를 빚었고, 배 의원은 박 대통령 측과 정수장학회 관계자의 통화 기록이 찍힌 사진을 공개해 ‘불법 도촬’ 논란을 일으켰다. 새누리당 김 의원은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이라고 저속한 표현을 썼다. 모두 부적절한 행태로 징계를 받을 만하다. 윤리특위 내 외부 인사 8인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는 김 의원에게 ‘공개회의에서 경고’, 민주당 두 의원에게는 ‘공개회의에서 사과’를 권고했다. 이 정도의 징계가 국민 눈에는 결코 과해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에 사과하는 것은 범부도 따라야 할 기본적 양식이다. 정치라는 장막을 쳐 감싸고 돌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날치기와 몸싸움이란 구태정치 청산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된 점이다. 그렇잖아도 솜방망이란 비판을 받고 있던 국회 윤리특위의 안건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동원한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졸렬하다. 가뜩이나 새 정부 조직개편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여권에서 일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정치권은 그간 여러 차례 의원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등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의원에 대한 징계를 미적거리는 것은 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행태다. 국회의원의 권위와 품격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자신과 동료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벌할 수 있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윤리특위의 조속한 안건 처리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