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연방법원 판사에 동성애자 지명

입력 2013-03-04 23:2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연방법원 판사에 사상 처음으로 흑인 동성애자를 지명했다. 뉴욕 연방법원에는 첫 아시아계 여성 동성애자를, 워싱턴DC 연방고등법원 판사에는 최초로 남아시아계를 지명했다.

여성과 소수인종, 성적 소수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기반으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연방 법원의 면면부터 바꿔나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 보도했다. 연방법원 판사는 종신직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연방 법원에는 지금 80여석의 판사석이 비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초선 4년간 궐석이 된 판사 자리를 대부분 지명하지 않고 비워두었기 때문이다. 재선에 성공한 뒤 그는 35명을 무더기 지명했다. 올해 상반기에 수십명을 더 발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35명 중 여성이 절반인 17명이다. 같은 민주당 정권인 빌 클린턴 대통령 때는 여성이 30%, 조지 W 부시 때는 21%에 불과했다. 또 히스패닉이 6명, 흑인 5명, 아시아계가 4명이다. 백악관 전속변호사 캐스린 룸믈러는 연방 법원 판사의 구성이 실제 미국 사회와 가까워지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사법부 구성원이 다양해지면 판결에 대한 신뢰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 판사에 지명된 이들은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공화당이 소수이긴 하지만 인준을 수개월, 때로는 수년간 미루는 식으로 반대할 수 있다. 지명자 35명을 대상으로 아직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다. 보수적인 사법감시단체인 사법위원회의 커트 레비 대표는 “대학 정원 할당과 달리 연방 판사 자리는 개개인의 자질이 양적 평등보다 더 중요하다”며 “소수인종이라는 이유로 자격이 없는 이들을 지명하면 판결의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악관은 상원에 판사 인준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에도 백악관 재정실장에 여성인 실비아 매튜 번웰 월마드재단 대표를 임명했다. 국방부는 공군사관학교 교장에 처음으로 여성인 미셸 존슨 소장을 발탁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