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공연 역사의 산실 ‘학전그린소극장’ 사라진다
입력 2013-03-04 22:41
대학로 소극장 공연 역사의 산실인 서울 동숭동 ‘학전그린소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은 건물의 기존 소유주가 한 중소기업에 극장을 매각함에 따라 10일 학전그린소극장의 문을 닫는다고 4일 밝혔다. 극단에 따르면 새 건물 소유주는 극장을 허물고 이 자리에 기업의 사옥을 재건축할 계획이다.
1996년 5월 1일 학전의 레퍼토리 공연장으로 개관한 학전그린소극장은 그해 5월부터 2008년까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장기 공연했다. ‘지하철 1호선’은 총 3232회 공연해 65만명 관객을 모았다.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등 한국영화계를 짊어지고 가는 배우들이 이 무대를 거쳐 갔다.
2001년에는 ‘지하철 1호선’ 관람을 위해 당시 대통령 영부인이었던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고건 서울시장, 가수 전인권, 시인 김지하 등이 학전그린을 찾았다. 2002년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이곳에서 ‘지하철 1호선’을 관람했다.
또 뮤지컬 ‘모스키토’ ‘의형제’의 초연을 비롯해 ‘허탕’ 등의 기획연극과 들국화, 안치환, 김덕수, 이광수, 김광민 등이 참여한 공연 ‘학전 봄풍경 32547-예술가들의 열린 사랑방’도 열렸다. 극장의 마지막 작품은 지난 3일까지 공연된 뮤지컬 ‘빨래’가 됐다.
극단 측은 “(학전그린은) 지금까지 5000여 회 공연에 78만명이 넘는 관객의 추억과 열정이 담겨있는 역사적인 극장”이라며 “이런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학전’뿐만 아니라 여기에 출근하듯 드나들던 관객에게도 아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