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 대졸 청년 2명 일본기업 취업… 국내서의 설움 날렸다

입력 2013-03-04 14:13 수정 2013-03-04 14:13

“우리나라에서는 대졸 장애인의 취업이 쉽지 않은데 일본기업에 취업하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 3층 출국장에서 4일 오전 7시쯤 만난 뇌성마비 4급 박형건(24)씨와 뇌성마비 6급 유웅선(30)씨는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주는 일본 회사에 취업을 하게 돼 꿈만 같다”며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박씨 등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지난해 3월 일본IT기업 ‘ISF넷’과 손잡고 대졸 장애인 일본 진출을 추진한 사업의 첫 결실이다. 두 사람은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행정보조능력을 인정받아 선발됐다. 새로운 직업영역개발 시범사업이 좌절에 빠졌던 장애인 청년 2명을 우뚝 일으켜 세운 것이다.

‘ISF넷’은 장애인을 비롯해 은둔형 외톨이 등 20대 취약계층을 고용해 대성공을 이룬 기업이다. 박씨 등은 일단 자회사인 ‘ISF넷 라이프’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며 적응에 성공할 경우 더 좋은 일자리로 옮겨가게 된다. 이 업체는 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인 재교육을 시켜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독특한 기업이다. 최종적으로 연봉 4500만원의 IT기술 전문가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박씨 등은 지난해 9월 이 일본기업에 취업이 결정됐으나 비자가 나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이들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국내 기업 6~7곳에 각각 원서를 내봤지만 받아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박씨는 경북 군위군 우보면 미성리 시골에서 태어나 대구외국어대 일본어과를 나왔으나 일본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사고로 우측 뇌를 다쳐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다. 같은 장애를 앓는 유씨는 상하이 등 7년여 중국유학 등을 통해 일본어를 익힌 뒤 귀국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차례 취업을 시도하고, 공무원 시험에도 도전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을 겪어야 했다.

박씨 등의 일본 진출에는 이효성(43) 일산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지원처장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직업영역개발사업을 주도했던 이 처장은 “대졸 장애인 중 외국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글로벌 인재 발굴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장애인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청년글로벌 인재 10만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개발원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장애인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글·사진=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