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국에 헌신하려던 꿈 접은 김종훈 후보자

입력 2013-03-05 01:01

해외 인재 기용에 인색한 사회 되돌아보는 계기 삼아야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이끌고 갈 예정이었던 김종훈 장관 후보자가 어제 사퇴했다. 만 1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벤처 신화를 창조한 인물로 조국의 미래산업 발전에 헌신하겠다던 그가 보름 만에 갑작스레 내놓은 사퇴 발표는 충격적이다.

김 후보자가 밝힌 사퇴 이유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는 비상식적 정쟁이다. 그는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정쟁이 유능한 해외 동포가 일할 기회를 가로막은 것이라면 참담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후보자는 또 “조국을 위해 바치려 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자신의 영입과 관련해 우리 사회 일각이 보여줬던 사시적인 시각에 대한 서운함도 감추지 않았다. 그의 발탁 이후 미국 시민권자에게 국가 경제의 핵심 정보를 다루는 미래부 수장을 맡기는 게 국익에 부합하느냐는 논란이 제기됐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들어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지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교포사회가 반발했고 김 후보자가 미국 시민권 포기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에는 미 해군장교 복무, 미 중앙정보국(CIA) 비상근 자문위원 재직 전력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그는 배우자와 인척 명의로 된 한국 내 부동산 문제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모국에 봉사하겠다는 선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서 그가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다니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사퇴를 두고 미국 시민권 포기에 따른 거액의 국적포기세 납부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거나, 미국 당국에서 정보 유출을 우려해 시민권 포기를 불허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 달리 쉽게 사퇴한 것을 두고 미국식 사고의 산물이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사퇴한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 자질 없음을 스스로 반증한 것”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퇴의 책임을 김 후보자에게 돌리는 태도는 가당치 않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의 중도사퇴로 외부의 참신한 발상을 국내에 접목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열 기회를 잃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해외 인재들을 국가 재목으로 쓰는 데 지나치게 인색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미 대한민국은 글로벌화돼 있고, 세계는 국경 없는 전쟁을 치르는데 우리만 고식적인 인재 등용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게 아닌지 살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일찍 뜻을 접게 함으로써 글로벌 인재를 널리 발굴해 쓰는 새로운 인사 시스템을 충분히 논의하고 착근시킬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