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부 더 이상 표류하는 것은 국가적 불행
입력 2013-03-04 18:36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으나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여야, 그리고 국정 차질을 보고 있어야만 하는 대통령 본인의 상황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이 불발된 지 하루 만에, 그리고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사과했다는 점에서 ‘국무총리만 있고 장관들은 없는’ 기형적 구조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겠다는 박 대통령의 절박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5일까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해야 하기 때문에 새 정부의 ‘장기 파행’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은 쟁점 사안인 방송정책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와 관련해 경제 도약과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려면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에 기반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래부로 이관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이며, 껍데기만 남은 미래부는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방송 장악을 위한 것이라는 민주통합당 시각도 일축했다. 수많은 소셜미디어들과 인터넷 언론이 넘치는 세상에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방송을 장악할 의도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국민 앞에서 약속드릴 수 있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공을 넘겨받은 민주당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라고 맞받아쳤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정부조직 개편은 국회 논의를 거치고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하며, 대통령의 담화나 야당을 압박하는 일방주의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게 상생의 정치를 바란다면 여야 합의안을 수용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잘못한 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점은 분명하다. 여권이나 야당 모두 상대에게 양보하라고만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정치력 부재가 국정 난맥상을 초래하고 있다.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 여야 가운데 한쪽이 물러서면 국정은 정상화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라는 형식으로 입장을 밝힌 만큼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 운신의 폭도 좁다. 반면 민주당은 지금까지의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낙마한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도 생겼다. 새 정부가 더 이상 표류하지 않도록 민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먼저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