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미군 “비비탄 총 쏘고 도주” 시인
입력 2013-03-05 00:39
서울 용산경찰서는 서울 도심에서 모형 총기로 시민을 위협한 뒤 경찰과 심야 추격전을 벌인 혐의로 주한미군 C하사(26)와 F상병(22·여)을 불러 조사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C하사는 “비비탄 총을 쏘고 경찰 검문에 불응해 도주한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C하사는 또 도주 과정에서 경찰관을 들이받은 것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C하사는 오후 2시쯤 전투복 차림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검은색 SUV 차량을 타고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미 정부 대표, 미군 범죄수사대(CID), 변호사도 함께 경찰서에 출두했다. 경찰은 운전자 C하사의 음주나 마약 투여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CID에 C하사의 혈액 제출을 요청했다. 또 차량 혈흔과 DNA의 일치 여부 확인을 위해 구강세포 제출도 요청했다. F상병은 따로 출석했다.
그러나 도주 차량을 운전한 R상병(23)은 한국 경찰이 쏜 총에 어깨를 다쳤다는 이유로 출석을 미뤘다. 경찰은 R상병이 회복되면 소환할 계획이지만, 2∼3일 내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미군과 긴박한 추격전을 펼쳤던 임성묵(30·사진) 순경은 4일 “(미군들은) 나를 적당히 위협하고 도망가려 했던 게 아니고 실제로 나를 치려고 했다”며 “정확히 나를 향해 돌진하는 차량을 봤을 때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 순경은 “무릎을 치이고 나서 뒷걸음질쳐 모서리로 피했는데 차가 또다시 굉음을 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며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공중에 공포탄을 쏜 뒤 타이어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임 순경은 임용된 후 2년 4개월간 기동대 근무를 마치고 지난 21일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로 발령받은 ‘신참’이다. 하지만 임 순경은 추격전으로 부상을 입고도 병원이 아닌 파출소로 향했다. 부상 사실을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는 “부모님이 경찰은 늘 위험한 직업이라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더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다”며 의연함을 보였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