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위험한 줄타기’
입력 2013-03-04 23:19
‘이집트 군부는 민주주의라는 지뢰밭을 발끝으로 살살 건너는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집권 이후 이집트 군부의 변화를 이렇게 분석했다. 장기 독재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 때부터 표면상의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던 이집트 군부가 최근 시민과 정권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집권 이후 벌어진 일련의 소요 사태와 거리를 두던 이집트 군부가 3일(현지시간) 사실상 시위에 처음 개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정권과 시민 양측 권력의 균형추가 흔들린 것이다.
이날 이집트 당국이 지난해 초 발생한 축구경기장 참사 관련 수감자들을 이송키로 결정하자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군대는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중립적 자세를 취했다. 시위대 5000명이 수에즈 운하 도시인 포트사이드에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자 경찰도 최루탄과 새 사냥용 산탄으로 응수했다. 군인들이 양측 중심부에 열을 지어 충돌을 막자 시민들은 군 탱크에 올라가 “군대와 시민은 한 편이다”며 찬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 5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정작 시민 환호를 받은 군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무르시 집권 초기 견제와 경쟁을 반복하던 군부는 최근 들어 정권과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이달 초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이 무르시 자택에서 친교 모임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권과 시민이 군부를 자신들의 편으로 간주하는 동안 군부는 이익을 챙기고 있다. 무르시 정권은 군부가 이스라엘과 접한 국경지역 수에즈 운하를 통치하도록 허락하고, 군부의 주요 수입원인 운하 운송료도 인상했다. 국방 예산 적자분도 의회가 아닌 군사최고위원회에서 손쉽게 의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단 소요 사태에 개입했지만 군부의 향후 움직임은 안갯속이다. 무바라크 독재 체제를 뒷받침하던 군부는 2년 전 혁명이 거세지자 시민 쪽으로 기울였다. 이집트 혁명은 시민이 아닌 군부의 권력 이탈로 성사됐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당분간 정치와 시위대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겠지만 권력의 균형추인 군부가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집트 사태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