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 시늉만… ‘空示’ 그친 보험사 사회공헌 公示
입력 2013-03-04 23:24
금융당국이 추진한 보험사별 사회공헌 실적 비교공시가 회사별 공시를 한데 모아놓은 형식적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업계가 당국의 지침을 이행하면서도 회사별 일괄 비교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있다.
4일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에는 24개 생명보험사의 사회공헌활동 실적이 2012 회계연도 3분기(2012년 10~12월) 기준으로 처음 공시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초 각 보험사와 협회에 3분기 경영공시부터 분기마다 사회공헌 실적을 함께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공시 항목은 사회공헌 금액과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 봉사활동 시간·인원 등이다. 협회는 회사별 실적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공시된 보험사별 사회공헌 실적은 간단히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협회는 홈페이지에 각 사 공시를 모아놓기는 했지만 회사별 실적을 구별하기는 어렵도록 했다. 사회공헌 금액이나 봉사활동 시간 등을 회사별로 비교하려면 각 사 수치를 따로 취합해야 하는 등 소비자가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18개 손해보험사의 사회공헌 실적을 공시한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협회의 보험상품 공시에 비하면 지나치게 불친절하다는 지적이다. 회사별 보험 상품은 특약, 보험료, 공시이율, 해지환급금 등을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다. 반면 사회공헌 실적 공시는 비교 자체가 어렵게 돼 있다.
공시가 졸속으로 진행되다 보니 허점도 많다. 보험사들은 부랴부랴 준비에 착수했지만 대부분 내부규정 마련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봉사활동 시간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어 회사마다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 공시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회사 이름이 명시되지 않거나 다른 기관과 공동 추진하는 공익광고 등의 비용은 사회공헌 금액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규정도 문제로 나타났다. 이번 공시에서 당기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05%에 그쳐 생보사 중 꼴찌로 나타난 메트라이프생명이 그 사례다. 이 회사는 전액출자로 세운 사회공헌재단을 통해 기부한 9억5100만원을 포함하면 기부율이 1.73%로 올라간다고 해명하고 있다.
많은 직원이 봉사에 참여하더라도 돈을 적게 쓰면 사회공헌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문제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외부 사회공헌 전담 업체에 돈만 주고 알아서 하라는 회사도 많다”며 “앞으로 보험사들은 실적에 반영이 안 되는 사회공헌을 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