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복도에 경찰이… 학교폭력 꿈도 못꿔, 새학기 ‘스쿨폴리스’ 본격활동 동행해 보니

입력 2013-03-04 23:16


새 학기가 시작된 서울 청담동 영동고등학교. 고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던 1학년 복도에 정복 경찰관 두 명이 등장했다. 느릿한 걸음으로 복도를 거닐며 교실 안팎을 살피는 경찰관들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넉살좋게 말을 거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입학식 직후 펼쳐진 이질적인 풍경에 어리둥절해했다.

4일 오전 개학과 동시에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 208명이 서울지역 학교 현장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올해 초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의 업무협약에 따라 이들은 초·중·고교를 3∼4개씩 맡아 학교폭력 예방·수사 활동을 편다. 영동고·언북중·학동초·논현초 담당 스쿨폴리스인 박상천(45) 경사의 개학 첫날 활동을 동행 취재했다. 그는 서울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소속으로 강력반·여청계·조사계 등을 거친 18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다. 학교폭력예방상담사·학교폭력예방교육사·피해상담사 등 자격증을 보유한 상담 전문가이기도 하다.

첫날부터 일정은 빠듯했다. 교장실에서 허락을 얻은 박 경사는 먼저 입학식을 치른 1학년생들이 있는 복도와 교실을 둘러봤다. 정복 경찰관 2명과 동행했다. 일진 중심의 세력이 규합되거나 서열이 형성되는 학기 초에 벌인 ‘무력시위’ 성격이 없지 않았다. 홍상기 영동고 교감은 “경찰관들이 근처에 있다고 인식하면 아무래도 학생들이 폭력에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경사 일행은 수업이 시작되자 학교 외진 곳을 둘러봤다. 학교 건물 뒤편과 쓰레기 집하장 등을 거쳐 후문으로 나간 박 경사 일행은 인근 빌라 공사장과 주거지 뒷골목을 꼼꼼하게 살폈다. 강남 지역은 전국 가출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으로 베테랑 형사들에게도 녹록한 곳이 아니다. 우범지대는 인근 지구대 협조를 받고 유사시에는 강력반 지원도 받는다.

요즘 학생들이 거칠지 않느냐고 묻자 “이래봬도 강력반 형사였다. 애들 10명이 달려들어도 끄떡없다”며 웃었다.

오후가 되자 논현초로 이동했다. 초등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은 취약시간대라는 설명이다. 박 경사는 “점심 먹고 이곳으로 온다. 하굣길에 주변 중학생들에게 금품갈취를 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논현초 주변은 유흥가가 밀집한 곳으로 유흥업소 차량 등의 과속으로 교통사고 위험도 적지 않다.

어둑해지자 박 경사는 논현동 유흥가로 이동해 편의점과 술집들을 살펴봤다. 일정이 마무리되자 근무시간인 오후 7시를 훌쩍 넘겼다.

글·사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