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野 정면충돌] “조국에 모든 것을 바치려했던 꿈 산산조각났다”… 김종훈 사퇴 발표
입력 2013-03-04 23:05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4일 사퇴 발표는 2분여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주선한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조차 사퇴 내용을 몰랐다고 할 정도로 전격적인 사퇴였다.
김 후보자는 초대 미래부 장관 후보자에서 물러나는 이유로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들었다. 그는 회견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어제는 대통령께서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 무산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과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며 “조국을 위해 바치려고 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고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비전이 귀국 이유였다는 점도 비교적 길게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미국에서 일궈온 것을 버리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일생을 바치고자 돌아오겠다고 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창조경제에 달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이미 제기된 의혹에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가족 및 본인의 사생활을 둘러싼 의혹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부인 소유 부동산 의혹 등 개인 신상과 관련한 내용들이 보도되면서 사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회견문을 읽은 김 후보자는 별도 질의응답 없이 급히 회견장을 떠났다. ‘사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만 “예”라고 짧게 대답했을 뿐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냐’ ‘박 대통령과 상의했느냐’와 같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기업 활동 이외에 다시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날 김 후보자의 회견은 시작 20여분 전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지될 정도로 갑자기 이뤄졌다. 서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혁신포럼 회장 자격으로 김 후보자를 소개하러 왔다”고 말할 때만 해도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기 위한 회견으로 예상됐었다.
서 의원 본인도 “사퇴 발표인지 나도 알지 못했다”며 “오전에 김 후보자가 ‘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해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를 호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김 후보자는 재미과학자 모임에서 만나 알고 지내온 사이”라며 “김 후보자가 직접 기자회견 섭외를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