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이승엽 3안타 폭발… 8강 불씨 살렸다

입력 2013-03-05 01:28

역시 ‘국민타자’였다. 이승엽(삼성)이 꺼져가던 한국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8강)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4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열린 제 3회 WBC 대회 1라운드 B조 2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6대 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1승1패를 마크한 한국은 2라운드 진출에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가진 인터뷰에서 “내일은 없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에게도 진다면 5일 대만 전을 치를 것도 없이 2라운드 탈락이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류 감독은 네덜란드 전에서 4안타의 빈공에 허덕인 타선을 살리기 위해 이승엽을 3번, 최정(KIA)을 6번으로 전진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승부수는 그대로 적중했다. 이승엽은 이 날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렸다. 특히 팀이 필요로 할 때 한 방을 터뜨리며 팀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은 1회 1번 이용규(KIA)가 볼넷으로 걸어 나갔지만 2번 정근우(SK)가 친 공이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이 돼 득점 찬스를 놓치는 듯 했다. 하지만 3번으로 나선 이승엽이 우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루타를 터뜨리며 1사 2, 3루라는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한국은 이어 나선 이대호(오릭스)가 포볼을 골라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김현수(두산)의 안타, 손아섭(롯데)의 내야땅볼로 3점을 뽑았다. 이승엽은 2회 1사 2루 상황에서 또다시 2루타를 터뜨리며 주자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한국은 또 이날 경기에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한 이용규가 살아났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 네덜란드전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친 1번 이용규는 이날 3타수 2안타 2볼넷으로 맹활약하며 ‘밥상’을 잘 차렸다. 마운드도 선발 송승준(롯데)이 4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등 총 6명의 투수가 나와 상대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선 여전히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5일 대만을 큰 점수차로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 네덜란드가 똑같이 2승1패를 거둘 경우 세 팀간의 경기 기록 중 ‘(득점÷공격 이닝)-(실점÷수비 이닝)’ 수치를 비교하는 팀 퀄리티밸런스(TQB)에 따라 순위를 가리게 된다. 쉽게 말해 네덜란드는 한국·대만과의 경기에서 5점 차로 승패가 갈려 점수 득실이 ‘0’이 됐고, 대만은 네덜란드를 꺾어 ‘+5’가 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은 네덜란드에 영패를 했기 때문에 대만 전에서 6점 이상 이겨야만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타이중=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