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변수’에 셈법 복잡한 정치권… 민주, 위기상황 간주
입력 2013-03-05 00:33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정치 재개를 놓고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그가 택한 ‘정치인’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4·24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는 데 대한 야권의 비판이 거세고, 신당 창당이 몰고 올 정계개편 가능성에 여야 모두 견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릐야권 연대 가능할까=민주통합당 이동섭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에 조속히 후보를 공천하라고 촉구한 뒤, 안 전 교수를 향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의원직을 얻은 뒤 신당을 창당하려는 꼼수다. 구태정치를 답습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안 전 교수로부터 연락도 없었다. 건방지다”고 비난했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도 “어려운 지역에 가서 야권 의석을 늘리는 게 더 바람직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택하라”고 했다. 진보정의당은 7일까지 전략 공천을 통해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고, 통합진보당도 후보를 낼 의사를 밝혔다.
안 전 교수 측은 야권의 비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인철 변호사는 “안 전 교수가 고향인 부산 영도에 출마한다고 했다면 연고주의에 기대 쉬운 선택을 한다고 비판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광희 변호사도 “재출마가 불가능한 노회찬 공동대표가 노선이 다른 후보의 출마를 틀렸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안 전 교수로선 야권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 노원병이 야당색이 짙어도 새누리당쪽에서 인지도가 높은 허준영 전 경찰청장,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야권 후보가 난립하면 안 전 교수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야권 출마자가 많아지면 대선 때 그의 발목을 잡았던 야권 후보 단일화의 ‘늪’에 재차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릐정치권 복잡한 속내=안 전 후보가 예상보다 빨리 복귀하자 정치권도 민감해졌다. 특히 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10월 재·보궐 선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안 전 교수가 정치권에 안착하는 동시에 신당 창당을 통한 정계개편이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진성준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향후 정계 개편 가능성이나 야권 통합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그렇게 가리라는 것도 섣부른 이야기 같다”며 “안 전 교수의 신당 창당이 야권 분열로 이어지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혁신파 측에선 “오히려 잘된 일이다. 민주당이 정신 차릴 절호의 기회”란 반응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안 전 교수가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때를 본 뒤 그쪽으로 건너갈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국회 갈등이 지속되면서 새누리당도 부담이 없지 않다. 향후 안 전 후보가 신당을 만들면 친이명박계 등의 세력이 갈라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권에 힘을 불어 넣는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