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野 정면충돌] 김 후보자 지명서 사퇴까지… 국적회복 후 18일… 美국적 포기는 아직 안해
입력 2013-03-04 23:07
38년 만에 돌아온 ‘조국’에서 국적을 회복한 지 18일. 장관 지명 후 15일 만에 새 정부의 간판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이끌 김종훈(53·전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 장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났다.
갑작스러운 자진 사퇴는 그의 지명만큼이나 뜻밖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 인선 발표 직후부터 이중국적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련 경력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지만 김 후보자는 미국 국적 포기를 공언하면서까지 장관직 수행에 의욕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적 포기 서류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적을 보유한 상태에서 한국 국적만 회복했기 때문에 현재는 이중국적 상태다. 1년 내 미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은 자동 소멸된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미 국적 포기를 위한) 서류 준비가 모두 끝났다. 국적을 포기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세금에 대해서도 확인을 마쳤다”며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고 정부조직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신청이)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계획은 모른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장관 후보 지명 당시 김 후보자는 교수와 관료로 채워진 새 정부 각료들 중 유일한 글로벌 IT전문가로서 신선한 외부 인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빈민촌 이민자에서 미국 최고 갑부 반열에 오른 극적 성공 스토리는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어려운 집안형편을 딛고 존스홉킨스대 석사, 메릴랜드대 공학박사를 마쳤다.
92년 창업한 장비업체 ‘유리시스템즈’가 성공하면서 98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최고 갑부 400인’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재산은 5억6000만 달러(약 6600억원)였다. 2005년에는 88년 역사를 자랑하는 벨연구소의 역대 최연소 사장으로 발탁됐다.
김 후보자의 다음 행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벨연구소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벨연구소는 김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받은 직후 사표를 내자 지 리튼하우스 기술플랫폼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후임 사장으로 발표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