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野 정면충돌] “훈수두다 장기판 뒤엎어 입법부 시녀화 시도하나”

입력 2013-03-04 23:00

민주통합당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 1시간 30분 뒤 국회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변인의 비판 논평도 이어졌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 어조에는 이전보다 훨씬 날이 서 있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담화를 겨냥해 ‘일방적 결례’, ‘입법부 시녀화’, ‘오만과 독선’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 제의와 관련해 ‘이솝우화’를 빗대 “여우가 두루미를 초청하고서 접시에 담긴 수프 먹으라는 격이고, 여야가 장기 두는데 훈수 두던 대통령이 장기판을 뒤엎는 것”이라고 공박했다. 문 위원장은 발언 모두에 “저더러 친박연대라고 얘기하면 친박 맞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오늘 친박이라는 그 말에 대해 반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였지만 이제는 선명한 야당색을 드러내겠다는 얘기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그제부터 연쇄적으로 진행되는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의 기자회견과 브리핑, 오늘 대통령의 담화는 누가 봐도 야당과 국민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마지막 양보안을 수용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 일동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국회를 거수기로 여기는

독선과 오만”이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변인들은 ‘유신으로의 회귀’, ‘독재 시절의 긴급조치’ 등의 용어가 담긴 논평을 쏟아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야당을 비판한 것에도 맹공을 퍼부었다. 정성호 대변인은 “CIA 연루, 국적 및 거액의 재산축적 논란 등 김 후보자는 공직후보자로서 소양이 부족했다”며 “그럼에도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사퇴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그가 공직후보자로서의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논평에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갖가지 의혹으로 자격문제에 국민적 의문이 팽배한 상황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느닷없이 국회까지 찾아와 남 탓의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은 잘 짜여진 각본의 냄새가 나는 정치적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꼬집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