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野 정면충돌] “어떻게 모셔온 분인데…” 朴, 김종훈 사퇴에 당혹
입력 2013-03-04 22:17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를 전격 발표한 데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충격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 개편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삼고초려’ 끝에 불러온 김 후보자까지 놓치게 되자 직접 ‘담화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전달받은 시점은 3일 오후 4시30분 이남기 홍보수석이 대국민 담화 계획을 발표하기 전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박 대통령이 소식을 듣고 당혹해 한 것 같다”면서 “아마도 김 후보자가 한국 정치에 대한 실망을 대통령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국정운영 구상의 핵심이자 새 정부의 ‘얼굴’로 여겨졌던 김 후보자로부터 직접 “그만두겠다”는 연락을 받자 박 대통령은 “이대로는 갈 수 없다”고 결심했다는 얘기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보통의 장관들과는 완전히 다르지 않으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라는 첨단 산업의 세계적 조류를 직접 경험하고 만들어온 분이고, 미래부에 가장 어울리는 CEO(최고경영자) 아니냐. 이런 인재를 야당 때문에 놓치게 됐는데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김 후보자 사퇴 소식을 접한 다음에도 핵심 참모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일절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현 정무수석은 오전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미리 알았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라며 언급을 피했다. 윤창중 대변인 역시 “그 문제는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말로 미뤄보면 박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접한 뒤 수석급 이상 고위 참모들과 내부 회의를 가졌고, 방안을 강구하던 끝에 대국민 담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측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자가 ‘조국을 위한 뜻을 접겠다’고 한 말을 재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려움이 많은 땅이지만 국민, 정치권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 데 의미가 있지 어려움 뒤로 물러서는 것은 올바른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 출범 8일이 지나도록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자 청와대 일각에선 “대통령직인수위에 주어진 시간을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보낸 것 아니냐”는 때늦은 반성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럴 줄 알았으면 정부조직법 개편안도, 장관 후보자 발표도 서둘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청와대에 들어와서야 야당의 힘이 이리 크다는 걸 알았다”고 토로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