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野 정면충돌] 고질적 정치 난맥 ‘미래 인재’ 내쫓다… 김종훈 장관 후보자 사퇴
입력 2013-03-04 22:11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장기 표류로 국정운영이 마비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신설 핵심 부처 수장이 물러나는 대형 악재마저 터졌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은 새 정부 내각 후보자의 두 번째 자진사퇴다. “정치권의 ‘치킨게임’으로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는 한탄과 “인사청문회에 부담을 느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뒤섞이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 및 여야 정치권의 갈등 때문에 장관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에 따라 국무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새 정부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새 정부에서 미래부가 갖는 위상이 특별한 만큼 그 파장도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올 초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미래부를 신설해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엔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알카텔 루슨트 최고전략책임자이자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인 김 후보자를 자신의 구상을 구현할 적임자로 봤다.
새 장관 후보자를 물색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추가적인 국정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제가 삼고초려해 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고 들어온 인재들을 더 이상 좌절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혹독한 인사청문회에 부담을 느껴 사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미 중앙정보국(CIA) 근무 경력 및 이중국적 논란, 거액의 재산 축적을 둘러싼 의혹 등을 적극 제기해 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