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봄 기독서적 특집] 어느덧 봄 길목… 믿음의 책장을 넘긴다
입력 2013-03-04 17:10
오늘은 경칩, 봄이 온다. 기나긴 겨울이 있기에 봄은 더욱 아름답듯, 고통은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찬란한 흔적을 남긴다. 이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시절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생각하기에 좋은 때다.
“갈보리언덕에 서 보라. 십자가의 나뭇결을 손가락으로 매만져 보고 못 끝으로 당신의 손목을 지그시 눌러 보라. 그분의 아픔에 귀 기울여 보라. 군병들이 뱉은 침이 주님의 옷에 튄다. 가시의 뾰족한 끝이 그분의 머리를 찌른다. 대못이 손목을 뚫고 들어간다. ‘쾅, 쾅, 쾅’ 병사의 창이 주님의 옆구리를 찌르고 들어간다. 물과 피가 쏟아진다. ‘아, 주님! 이 모든 일이 나를 위해 하신 일입니까?’ 그때 그분의 속삭임이 들려올 것이다. ‘그래, 너를 위해, 너의 마음을 얻으려 한 일이란다.’” 막스 루케이도의 ‘예수가 선택한 십자가’에 나오는 글이다. 이 책을 펴면 십자가를 선택한 예수님과 하늘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진다. 우리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는 사순절을 지나고 있다. 사순절은 부활절로 이어진다. 2013년 사순절 동안 신자라면 핏빛 선연한 십자가를 묵상해야 한다. 십자가 복음, 십자가 신앙을 생각하며 십자가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통해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천착했다. 따지고 보면 이 땅의 모든 기독 서적 속에는 고난과 부활의 정신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뉴욕 리디머교회 담임 팀 켈러는 ‘왕의 십자가’에서 “왕이 십자가를 지는 이 역설이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높으신 분이 가장 낮아져야 했던 복음의 비밀을 이 시대 용어로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가장 비참한, 그러나 가장 영광스런 십자가, 그 십자가 위에 서신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가 가슴 절절하게 다가온다.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신 한 분, 왕의 자리를 버리고 오신 그분을 만나게 된다. 그분을 묵상하는 사순절과 부활절이 먼 옛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오늘 나를 향해 오신 그분의 이야기로 다시 읽혀진다.
부활신앙은 우리 믿는 사람들의 근본이 된다. 순교자 주기철 목사는 1940년 2월 체포되기 전 평양 산정현교회에서 행한 설교를 통해 절절한 부활신앙을 피력했다. “나는 바야흐로 죽음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내 목숨을 빼앗으려는 검은 손이 시시각각 가까이 뻗어오고 있습니다. (중략)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무덤 속에서 3일 만에 부활하신 주님, 사망 권세를 이기신 예수여! 나도 부활을 믿고 사망 권세를 내 발아래 밟게 하시옵소서.”
장편 소설 ‘부활’을 쓴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확고한 부활사상으로 무장했던 사람이다. 그는 참된 인생은 결코 멸(滅)하지 않는다며 ‘불멸의 신앙’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해 절실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인간만이 불멸한 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우리가 누리는 삶을 불멸하는 영혼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갈파한 대문호의 말은 부활절을 앞두고 우리 모두 깊이 음미할 만하다.
십자가 복음 없이는 온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 십자가 없이는 인생에서 진정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이 봄을 맞이하는 시기에 복음이 들어 있는 책을 읽자. 그 책 속에 들어 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발견해 보자. 고난과 부활의 주님을 만나보자. 그리고 그 주님을 전심 다해 전하자.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