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황홀] 여인의 육체 (Body of a woman)

입력 2013-03-04 17:33

Body of a woman, white hills, white thighs,

you look like a world, lying in surrender.

My rough peasant’s body digs into you

and makes the son leap from the depth of the earth.

Body of my woman, I will persist in your grace.

My thirst, my boundless desire, my shifting road!

Dark River-beds where the eternal thirst flows

and weariness follows, and the infinite ache.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눈부신 허벅지

누운 몸을 맡기는 그대는 세상을 닮았다

내 거친 야생의 몸뚱이 그대를 깊이 파헤쳐

대지의 깊은 곳에서 아이 하나 솟아오르게 한다.

내 여인의 육체여, 나 언제까지나 그대의 경이로움 속에 살아가리

나의 목마름, 끝없는 갈망, 떠도는 나의 길이여!

어두운 강바닥, 거기 영원한 갈증이 흐르고

괴로움과 아픔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1904∼1973)


중남미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나이 스물에 결정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의 첫 번째 시 ‘여인의 육체’. 4개 연으로 구성된 시의 1연과 4연이다. 스페인어로 쓰인 작품을 미국 시인 로버트 블라이가 영역한 것이다.

이 시에 보여주듯 네루다가 구사하는 넘쳐흐르는 듯한 이미지의 해일(海溢)을 관능의 환희라고 해석한들 말릴 사람은 없다. 이 시집이 나오자마자 시의 황금기를 열고 있던 중남미의 시인들은 “그 나이에 그만한 높이에 다다른 시인을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쏟아냈고, 네루다는 평생 동안 가는 곳마다 이 시집을 낭송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이 시의 두 번째 연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와 스무번째 시의 서두 ‘오늘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라(Tonight I can write the saddest lines)’와 같은 구절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봄이 오고 몸은 깨어난다.

임순만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