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국내 공장에서는 한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한다.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간 연속 2교대제 실시를 하루 앞둔 3일 이렇게 말했다. 밤샘근무를 없애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낮은 생산성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 기준 현대차 국내 공장의 편성효율은 53.4%다. 편성효율은 조립라인을 기준으로 적정 표준인원 대비 실제 투입된 인원 수 비율로 편성효율이 낮을수록 적정 표준인원 대비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편성효율이 낮을수록 생산성이 낮은 것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91.6%), 체코 노소비체 공장(90.6%), 중국 베이징 공장 (86.9%) 등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동안 독일이나 일본 자동차 회사 근로자들은 1분 동안 50초가량을 일하고 10초 쉰다면, 국내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은 1분 동안 30초만 일하고 30초는 쉬는 셈”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의 생산설비, 관리효율, 노동생산성 등 제조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 지표로 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HPV)도 국내 공장이 해외 공장에 크게 못 미친다.
2011년 기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14.6시간, 베이징 공장이 19.5시간인데 비해 현대차와 기아차 국내 공장은 각각 31.3시간과 28.9시간이다. 또 포드(21.7시간), 도요타(22.0시간), GM(23.0시간)보다 훨씬 길다. 그만큼 생산효율성이 낮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노사 임금·단체협상에서 합의한 대로 4일 아침 첫 출근조를 시작으로 국내 전 공장에서 주간 연속 2교대 체제를 가동한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근무 형태는 기존 주야 2교대(10시간+10시간)에서 주간 연속 2교대(8시간+9시간)로 바뀌게 된다. 근로자 1인당 하루 근로시간은 10시간에서 8시간30분으로 감소하고, 연간 근로시간은 1인당 평균 236시간(11%) 줄게 된다.
하루 조업시간이 총 3시간 줄어드는 만큼 시간당 생산대수(UPH)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경우 노사가 주간 연속 2교대 시행 시 UPH를 기존 402대에서 432대로 30대(약 7%)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시범 실시에서는 컨베이어벨트 속도를 높이지 않고 근무시간만 줄여 향후 생산성 달성 여부에 의문을 낳기도 했다.
반면 임금은 그대로다. 지난해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총소득은 1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노조는 주간 연속 2교대 시행에도 종전처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는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일 심야 특근수당은 평일 낮의 최대 3.5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노동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현대기아차, 밤샘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 첫 도입 “생산성 낮은데…” 생산량 유지 의문
입력 2013-03-03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