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의 전격적인 보궐선거 출마 소식에 정치권은 허를 찔린 표정이다. 특히 야당들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에서 “안 전 후보는 야권 단일화와 대선을 함께 치른 분이다. 그가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으로 본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전 후보도 “환영하고 잘한 결정이다. 재·보궐선에서 야권이 힘을 합해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문 후보 측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출마와 관련해 사전에 (문 후보가) 연락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당장 4·24 재보선 구도가 달라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위해 서울 노원병에 후보를 내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후보를 낸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동섭 현 지역위원장과 정동영 상임고문, 박용진 대변인, 임종석 전 사무총장 등이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안철수 등판’이라는 돌발변수를 만나게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출마한다고 우리가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다. 후보 단일화를 해도 독자 후보를 낸 뒤 별도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선 패배 뒤 비상대책위를 출범시켜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강화해 나가려던 차에 안 전 후보가 나타나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귀국해 활동할 경우 민주당이 국민의 정치적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고, ‘안철수 돌풍’이 거세질 경우 제1야당으로서의 지위마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정의당 역시 “매우 유감”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정미 대변인은 “노회찬 공동대표도 보도를 보고 안 전 후보의 출마 소식을 알게 됐다. 일방적이어서 너무 당혹스럽다”며 “안 전 후보의 정치 복귀는 ‘안철수식 정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보정의당에서는 노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지선씨의 출마설이 있어 왔다.
새누리당은 공식 대응을 삼가면서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에선 이준석 전 비대위원,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노원병 출마 가능성이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安 컴백’ 돌발에 허찔린 與野
입력 2013-03-03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