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정부조직법] 靑·민주당, 사실상 직접 협상… 존재감 사라지는 새누리

입력 2013-03-03 18:40

청와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갈수록 존재감을 잃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통합당이 직접 대국민 여론전의 전선을 형성하면서 여당 목소리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은 지키면서, 방송 인·허가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불가를 외치는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핵심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청와대에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로 심경을 토로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당사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이지만 실제 협상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에서는 “집권 초반엔 청와대가 남편이고, 야당이 부인 아니냐. 자기들끼리 드잡이하니 여당 소외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의 통과로 여당 지도부의 협상력 자체가 줄었다는 자체 분석도 있다. 핵심 당직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화와 타협을 하기 위해선 누군가 ‘양보’를 해야 하는데 각자 자기 주장만 하고 있으니 고착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시대적 흐름상 여당이 일방 처리할 순 없겠지만, 선진화법 도입으로 여당이 쓸 수 있는 무기 자체가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직권 상정이 원천 봉쇄되면서 여당이 협상 타결을 위해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