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도심 휘저은 미군, 경찰관 들이받으며 ‘광란’
입력 2013-03-03 23:58
주한미군들이 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 서울 도심에서 시민을 위협하며 난동을 부리고 경찰과 추격전을 벌였다. 이들은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고 도주하기도 했다. 추격 과정에서 미군 1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았다.
◇이태원 추격전의 시작=2일 오후 11시53분쯤 112신고센터에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이태원동 H호텔 앞에서 차를 타고 가는 누군가가 공기총이나 새총을 쏘면서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최초 신고자가 말한 발생 장소는 이태원파출소 앞. 근무를 서고 있던 경찰관 곽모 경장 등 2명이 밖으로 나가 차에 타고 있던 주한미군 R일병(23), C하사(26)와 그의 아내 등 3명에게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R일병은 경찰의 제지를 무시하고 도망쳤다. 이때부터 경찰과 미군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이들은 차를 서울 보문동 방향으로 몰다 반대편에서 오는 택시 등 차량 2대와 잇따라 부딪쳤다. R일병은 사고를 수습하기는커녕 방향을 틀어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쪽으로 도망쳤다. 이 근처로 출동했던 이태원지구대 임성묵(30) 순경은 미군이 차량을 들이받고 도망간다는 택시기사 최모(38)씨의 신고를 받고 최씨의 택시에 올라타 이 차량을 쫓았다.
◇시속 150~160㎞로 도심 질주=R일병은 시속 150∼160㎞의 속도로 서울 도심을 질주했고 임 순경이 탄 택시는 그 뒤를 따랐다. R일병의 차량이 자양동의 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까지 추격전은 20여분간 계속됐다.
3일 0시10분 택시에서 내린 임 순경은 공포탄 1발을 쏘며 R일병에게 다가갔다. 이때 R일병은 임 순경을 위협하며 빠른 속도로 후진했다. 이후 4차례나 차량으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임 순경을 차로 치려 하는 등 위협을 멈추지 않았다.
R일병의 차가 골목을 빠져나가려 하자 임 순경은 실탄 3발을 발사했다. 그중 한 발이 R일병의 왼쪽 어깨에 박힌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임 순경도 이 과정에서 왼쪽 무릎과 발등 등을 차에 들이받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미군 용의자 혐의 부인=R일병은 오전 1시3분쯤 용산 미군기지로 돌아갔다. R일병은 미군 영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험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R일병은 미군 측에 “이태원에서 누군가에게 총탄을 맞고 차도 빼앗겼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날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던 차 주인 C하사 등 2명도 경찰에 “어떤 아랍인에게 총을 맞고 차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대표부와 통역이 입회하지 않아 정식 조사는 받지 않고 일단 귀가했다.
경찰은 도주 차량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또 이태원 현장에서 장난감 총에 사용하는 BB탄알이 발견됨에 따라 이들이 BB탄총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미8군, 미군 범죄수사대(CID)와 협조해 R일병 등 3명에게 4일 오전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주한 미8군사령부는 3일 오후 “해당 장병들에 대한 1차 음주 측정에서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 경찰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