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모방할 수 없는 핵심부품… 각국 기업들 안쓸 수 없어

입력 2013-03-03 18:23


獨 수출기업 글로벌 파워 어디서…

“우리는 제품 안에 들어가는 제품 안에 들어가는 제품을 만든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인 상당수 중견·중소기업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다른 나라 기업들은 모방할 수 없는 특화된 분야의 정교한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독일의 중견·중소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크고 경쟁이 심해 가격 요인이 중요한 제품은 기피한다. 경기를 덜 타면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시장 규모가 한정돼 있어 대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데다 꼭 필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수요 기업들이 구매를 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도 이러한 핵심 부품에 대해 “기업들이 구매를 연기할 수는 있어도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산재 부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히든챔피언의 상당수는 품질·디자인·신뢰성이 우선시되는 핵심 부품 생산 공장을 독일 내에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동유럽이나 중국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겼다가 최근 다시 독일로 선회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것도 결국 기술 경쟁력과 무관치 않다.

중소기업뿐이 아니다. 벤츠, BMW, 지멘스, 폭스바겐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대기업들도 다른 나라 경쟁 기업에 비해 높은 생산성과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일 기업들이 2000년 초반 이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억제 등 지속적인 구조개혁 노력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보다는 독일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측면이 크다.

독일 정부와 기업들은 2009년 667억 유로를 R&D에 투자, 유럽에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총 R&D 투자액의 68%가 기업들에 의해 이뤄졌다. 기업별 R&D 투자 규모만 볼 때 유럽의 상위 25개 기업 중 폭스바겐, 지멘스, 다임러 등 11개 기업이 독일 기업이었다. 2009년 독일 국내총생산(GDP)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83%로 핀란드, 스웨덴에 이어 EU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했다.

독일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올해 R&D에 60억 유로, 교육에 60억 유로 등 총 120억 유로의 예산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또 2015년까지 GDP의 10% 수준으로 R&D 및 교육 예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R&D 투자 확대 노력은 ‘하이엔드(high-end·최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연구집약형 산업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5년 독일 연구집약형산업 비중은 12%였으나 2007년 16%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경쟁국인 일본은 95년 11%에서 2007년 11%로 동일했고, 미국은 2005년 9%에서 2007년 8%로 하락했다.

독일은 2010년의 경우 인구 1만명당 14.7건의 특허를 등록해 미국 11.1건, 프랑스 7.1건, 영국 6.4건 등 주요 선진국보다 많았다.

김현철 코트라 프랑크푸르트 무역부관장은 “독일에서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통신기기, 의료장비, 정밀기기, 나노산업 등 연구집약형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R&D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독일 기업들이 해외 경기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중국 러시아 터기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독일의 최대 수출 상대는 유럽, 특히 EU 국가라는 점은 독일 경제의 고민거리다.

지역별로 볼 때 독일 전체 수출의 71%는 유럽 국가가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EU 국가의 비중이 59%에 달한다. 여전히 독일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무역 상대국인 EU 국가가 재정위기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독일 기업들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과의 교역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현지에 2500여개 독일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99년 이후 독일은 유럽 최대의 중국 투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헤르본=글·사진 한장희 기자

자문해주신 분들

▲김평희 코트라 글로벌연수원장 ▲김현철 코트라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부관장 ▲박재영 주독일대사관 상무관 ▲옌스 갈 프랑크푸르트 괴테대 경영학과 교수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문호 워크인 조직혁신연구소장 ▲일자 노트나겔 독일연방상공회의소 무역담당 이사 ▲정지영 대우인터내셔널 구주지역본부장(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