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리탈사 에버하르트 홍보이사 “기술혁신·노사신뢰가 성장판”

입력 2013-03-03 18:23


산업용 인클로저(Enclosure) 제조기업인 독일의 리탈(Rittal)사. 본사가 있는 독일의 헤르본은 인구 2만명이 갓 넘는 소도시다. 지난 1월 10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헤르본까지 이동하는 동안 리탈사 로고가 선명한 화물차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지만 이런 소도시에 60여개 해외 지사와 1만여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있다는 게 언뜻 실감나지 않았다.

본사에서 만난 볼프람 에버하르트(Wolfram Eberhardt·사진) 홍보총괄 이사는 리탈이 전 세계에 19개 공장을 가지고 연간 22억 유로(3300억원)가량 매출을 올리는 수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가장 힘든 곳에 찾아가 부닥쳐보자’는 기업 철학을 꼽았다. 51년 전 이 사업을 시작한 창업주 루돌프 로우가 가파른 내수 성장세에 만족하지 않고 1971년 북유럽에 지사를 세운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당시 북유럽에는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가 있었다. 로우 창업주는 경쟁 업체를 피해서는 성장이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판단, 경쟁 업체가 장악한 시장에 과감히 뛰어든 것이다. 그 결과 수년 후 경쟁 업체는 도태됐다.

끊임없는 혁신 역시 이 회사의 자랑거리다. 에버하르트 이사는 “단순하고 튼튼한 인클로저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기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해 배전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며 “IT 제품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환풍과 냉각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공장의 컨트롤박스 생산으로 시작한 리탈은 컴퓨터 서버나 데이터 장비 인클로저를 공급하면서 자연스레 IT 분야에 참여하게 됐다. ‘이플란(Eplan)’이라는 소프트웨어 자회사도 설립해 시스템을 관리하는 등 혁신의 과정을 차근차근 거쳤다.

에버하르트 이사는 “경쟁 업체들의 추격에 대비하기 위해 여전히 끊임없이 혁신 노력을 한다”며 “각 나라의 다양한 기준과 바다, 고지대, 열차, 선박 등 여러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리탈 부스는 유명 인사들이 꼭 찾는 명소가 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도 리탈 부스를 방문했다. 에버하르트 이사는 “최근 산업계에 가장 큰 테마인 에너지 효율에 대한 장점이 있어 리탈의 기술력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리탈의 또 다른 경쟁력의 근간은 신뢰에 바탕을 둔 노사관계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매출이 30% 정도 급감하는 위기 속에서도 노사는 신뢰의 끊을 놓지 않았다. 그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근로시간을 줄이고 해고를 하지 않는 경영을 했다”며 “다행히 위기가 길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또 결과적으로 해고가 없었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됐을 때 인력 부족 현상을 겪지 않았다.

리탈은 최근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꾸준히 펴고 있다. 2011년 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제조·R&D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ey Word : 인클로저

컴퓨터 서버나 기계, 장비 등을 보관하는 산업용 캐비닛이다. 인클로저가 단순한 보관장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보관하는 컴퓨터 서버나 기계의 온도를 조절하고, 효율적인 배전을 갖춘 하나의 시스템이다.

헤르본=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