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만 타이중 타이중 구장에서 연습 중인 한국 야구 대표팀은 맥이 빠져있었다. 이승엽(삼성)과 이대호(오릭스) 등 고참급 선수들이 간간히 농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썼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계속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인 네덜란드에 0대 5로 완패해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특히 투·타·수비에서 모두 총체적 부실을 노출하며 대회 우승은커녕 2라운드(8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린 상황이다.
전날 열린 WBC 1라운드 B조 1차전 네덜란드 경기는 도저히 한국이 이길 수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5실점, 4안타, 4실책이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계투로 나온 투수들은 여지없이 볼카운트 승부를 어렵게 가져가다 점수를 뺏겼고, 타격은 물방망이였다. 수비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
한국은 현재 낭떠러지로 내몰린 상태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는 조별 1, 2위까지가 올라간다. 그런데 3일 경기에서 대만이 네덜란드를 8대 3으로 물리쳤다. 네덜란드가 이겨주기를 기대한 한국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됐다. 두 경기를 잡고 2승 1패가 되더라도 양 팀 간 대결에서 이긴 팀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고, 동률인 팀이 세 팀이 나오면 득점은 많고 실점이 적어야 유리하다. 하지만 네덜란드에 5점을 주고 한 점도 빼내지 못한 한국은 절대 불리한 상황이다.
충격의 완패를 당한 류중일 감독은 이날 훈련에 앞서 외야에 선수들을 둥글게 모아놓고 5분 가까이 미팅을 했다. 또 선수들의 수비 연습을 위해 공을 쳐주는 펑고를 직접 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실패에서는 배우는 것이 많고, 앞으로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류 감독은 특히 전날 4안타 빈공에 그친 타격이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이제 호주와 대만을 큰 점수차로 이겨야만 2라운드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이에 4일 열리는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라인업을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 날 3타수 2안타를 친 최정(SK)을 9번에서 상위 타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또 이승엽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승엽이 출전한다면 1루 수비를 맡길 생각”이라고 구상을 전했다.
선수들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7시 30분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2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송승준(롯데·33)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면서 “태극기를 달고 나라에 먹칠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타이중=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WBC] “호주·대만 크게 이기고 도쿄 가자”
입력 2013-03-03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