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평수따라 반편성… 동심 멍들었다” 분통

입력 2013-03-03 23:53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주부 김모(36)씨는 며칠 전 아이가 새로 등록한 A유치원의 반 편성 통지서를 보고 언짢은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가 속한 연령의 반이 아파트 단지별로 짜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수가 넓은 단지와 작은 단지 아이들이 각각 다른 반으로 나눠졌다”며 “집 평수에 따라 유치원에서 사귀는 친구도 달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A유치원 학부모 박모(38·여)씨도 “유치원이 아파트단지별로 반 편성을 하니 아이들도 친구들을 호칭할 때 ○○아파트반, △△아파트반이라고 부른다”며 “어느 날 아이가 ‘엄마, 우리집은 몇 평이야?’라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분개했다. A유치원은 이에 대해 “통원버스 운영 편의상 단지별로 반 편성을 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의 B어린이집은 최근까지 정부보조지원금 액수별로 반을 나눠 논란을 빚었다. 정부보조지원금 전액을 받는 아이들과 일부를 받거나 아예 받지 않는 아이들을 구분해서 따로 반을 편성했다. 올해 3월부터 누리과정 보급으로 만 3∼5세 아이들 모두가 월 22만원의 어린이집 지원금을 일괄 지급받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정만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3일 인터넷 육아·학부모 커뮤니티를 살펴본 결과,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반 편성을 하는 곳은 서울의 B어린이집 외에도 많았다. 한 유치원업계 관계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반 편성은 어디까지나 원장 재량”이라며 “단속할 수 있는 규율이나 원칙이 없다”고 말했다.

입학 시즌을 맞아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들이 주거환경이나 경제수준에 따라 반 편성을 하고 있어 동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생년월일이나 남녀성비, 유아발달상황 등을 고려하는 대다수 유치원과 달리, 경제적 수준에 따라 아이들의 반을 구분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B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원장은 지원 받는 아이들의 출석부나 지원금, 서류 등을 교육청으로부터 까다롭게 관리를 받기 때문에 편의상 나눴다고 변명하더라”며 “우리 아이는 보조금을 전액 받고 있는데 간식이라도 다르게 나올까 걱정이다. 피해를 볼까봐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역시 “어린 아이들이 이런 사실을 눈치 채고 위축되진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며 “3월부터 소득수준 구분 없이 지원금이 나온다는데 기필코 이런 관행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