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유통체계 혁신, 안정적 자본확충 숙제… 농협 구조개편 1년 성과·과제
입력 2013-03-03 18:01
사업구조 개편 1주년을 맞은 농협이 올해 농가지원 확대 및 서민금융 역할 강화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농산물 유통체계 혁신과 금융 경쟁력 강화의 실질적인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 직거래장터 확충, 조직 슬림화 등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정부 현물출자의 무산,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 등은 농협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농축산물 유통혁신·금융그룹 안착=지난해 3월 단행된 농협 사업구조 재편의 핵심은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의 분리였다. 농협중앙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중앙회 산하에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만들어 각각 유통·판매사업과 금융사업을 총괄하도록 하는 구조다.
경제지주는 국내 생산 농산물의 50% 이상을 책임지고 판매해 농업인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오는 6월에는 경기도 안성에 농식품물류센터를 준공한다. 2015년까지 전국 5곳에 세워지는 물류센터는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형 유통 채널이다. 대도시 농협은 기존 153곳이던 직거래 장터를 올해 안에 200곳까지 늘리기로 했다.
농협금융은 지난 1년간 외형적 성장보다 금융지주체제로의 성공적인 전환과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 성공하고 농협금융지주는 한 달 뒤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전량 희망금리로 발행했다.
농협생명은 2012회계연도 2분기 보험료 수익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8.87%를 기록해 생명보험 빅4 반열에 진입했다. 농협손보는 자동차보험이 없는데도 다양한 보장성 상품으로 업계 7∼8위권까지 올라섰다.
◇정부 현물출자·농산물 가격 안정은 과제=정부는 농협의 안정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5조원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이 가운데 1조원은 산업은행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주식의 현물출자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산은금융 민영화 반대에 부딪히면서 산은 주식의 현물출자가 불가능해졌다. 다급해진 농협은 정부에 현물출자 대신 이자 지원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농협이 발행한 채권 1조원의 이자 340억원을 올해 대신 내주기로 했다.
윤종일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산은 주식 등의 현물출자가 이뤄져야만 농협의 안정적인 자본 확충이 가능해진다”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농산물 가격의 안정을 이루는 것도 농협에 남겨진 중요한 과제다. 올해 들어 배추, 무 등 채소류 가격은 폭등하고 돼지고기 가격은 폭락하면서 산지 농가와 소비자 모두 농산물 유통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산물 판매의 큰 축을 담당하는 농협으로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과 가격 안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