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69) 전 육군참모총장이 2일 내정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완성됐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남 후보자까지 육사 출신이 외교·안보라인을 장악하면서 특정 세력에 의한 권력편중 우려가 일고 있다.
◇12년 전으로 회귀=국정원장에 육군 장성 출신이 임명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임동원 원장(육군 소장 출신) 이후 처음이다. 12년 만에 ‘문민 국정원장’ 임명 관행이 깨진 것이다. 북핵 위협이라는 안보 현실에서 정보 분석에 강점이 있는 군 출신 전문가를 앉혀 국정원 안정성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외교·안보라인 수장 격인 김 내정자에 이어 국정원장에도 군 출신이 내정되면서 ‘외교’는 없고 ‘안보’만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3일 “군 출신이 원칙을 지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접촉, 협상 등 외교적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조에서 향후 대북정책이 대북 원칙론(강경론)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육사·육군참모총장 출신이 대거 중용되면서 과거 군사정권으로의 회귀라는 지적도 있다. 김 내정자(육사 27기)-김 후보자(28기)-남 후보자(25기)가 육사 2~3년 기수 차 선후배 사이다. 남 후보자와 김 내정자는 같은 육군참모총장 출신이다. 육사 28기에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까지 합치면 육사 예비역 대장 출신이 모두 4명이다. 마치 ‘육사 전성시대’였던 박정희·전두환 시대를 보는 듯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등으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내부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민간인이 아닌 군 출신이 국정원장에 임명되면서 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 의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남재준 누구=남 후보자는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국방안보 분야 특보로 활동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대권에 도전했던 2007년 당내 경선 때도 국방안보 분야 특보로 정책 조언자 역할을 했다. 오랜 인연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서울 출신으로 1969년 임관 이후 ‘하나회’ 소속이 아니던 그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하나회가 척결되면서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에 기용됐지만 2005년 장성 진급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전역했다. 그의 후임이 김장수 내정자였다. 예비역 장성 시절인 2006년에는 노 대통령이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발언과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 등에 반발해 다른 예비역 장성들과 함께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군 재직 시절 청렴결백한 성품으로 ‘선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외교’보다 ‘안보’에 무게… 12년 만에 육군 장성 출신 국정원장 남재준 내정 안팎
입력 2013-03-03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