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재개 앞서 안철수 전 후보가 해야 할 것
입력 2013-03-03 23:39
4월 보선 출마 선언보다 대선평가·정치구상 설명해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키로 했다. 지난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정치세력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안 전 교수가 대선 후 처음으로 명확한 정치 일정을 내놓음으로써 정치권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안 전 교수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 전 교수가 오는 10일쯤 귀국해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안 전 교수는 ‘안기부 X파일’ 유죄 선고로 노원병 지역구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와도 이미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련의 행보를 볼 때 보선 출마를 통한 정치 재개는 기정사실화된 듯 보인다.
안 전 교수는 귀국하는 대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기자회견에선 정치 재개 발표에 앞서 향후 정치 구상이나 18대 대선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보다 분명히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들은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나 칩거하는 기간 그가 어떤 정치 구상을 가다듬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가 대선 후보로서 내놓았던 여러 정치실험들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는지 혹은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라 평가되던 정치개혁 방안들을 보정키로 한 것인지 의문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초미의 관심은 신당 창당 여부다. 기존 정당에 대한 강한 불신을 피력했던 그가 새로운 당을 만들 필요성을 아직 느끼고 있는지, 신당을 만든다면 시점이 언제가 되고 어떤 형태의 정당이 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안 전 교수의 정치 파트너로 유력시되는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5월로 예정돼 있어 그의 출마 선언은 야권 재편과 밀접히 연계돼 있다.
안 전 교수는 대선 패배에 대해서도 분명한 평가와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문재인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관측이 많고, 이후 안 전 교수의 문 후보 유세 지원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는 게 정치인의 기본적인 도리다. 그에게 보다 긴 모색기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었던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의 4월 보선 출마를 놓고 너무 이르다거나 지역구 선택이 잘못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차기 유력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그의 정치 재개 선언으로 정치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예측가능한 부분이 많아진 부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안 전 교수는 정치 재개에 앞서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모호한 정치적 태도를 접고 견실한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 관련된 여러 정치적 의문점들을 명확히 밝히는 게 우선이다. 대선 출마 여부조차 미적댔던 그가 이번에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분명하게 태도를 밝힌 점은 그래서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현실에 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를 위해서나 한국 정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