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모습 보전
입력 2013-03-03 19:58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김근상 주교와 김영주 총무, NCCK 국제위원장 이태근 목사, 예장 통합 총회장 손달익 목사 등 NCCK(회원교단) 관계자들은 지난달 28일 러시아를 방문,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를 면담했다.
3일 NCCK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면담에서 “1990년대 러시아의 체제 변환기에 정교회는 한국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특히 자고르스키 인쇄소를 통한 성서 보급과 러시아 내 200여 개신교회의 설립에도 한국교회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한·러 양 교회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NCCK 관계자는 “이날 면담에서 한국교회와 정교회와의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1054년 서방교회와 분리된 정교회는 전세계 3억∼3억5000만의 성도가 소속돼 있다. 한국정교회는 1900년 2월 17일, 크리산토프 셋코프스키 사제의 집전으로 첫 성찬예배가 거행됐으며 현재는 3000여명의 한국인이 정교회 성도로 생활하고 있다.
한국정교회 관계자는 “정교회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습을 예배 뿐 아니라 여러가지 면에서 원형 그대로 보전하고 삶으로 실천하고 있는 교회”라고 설명했다.
3일 오전 9시 서울 아현동 성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시작된 주일예배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00여명의 정교회 성도가 참석한 이날 예배에는 60∼70여명의 러시아 및 동유럽 출신 외국인 성도가 함께 했다. 원형 돔 형태로 지어진 성당의 돔과 벽에는 다양한 주제의 성화가 가득했다. ‘만물의 주관자 예수’그림과 모세와 다윗을 비롯한 구약 시대의 인물들, 그리고 예수의 탄생부터 변화산에서의 모습, 성령 강림, 성찬 예식 등 신약 성경의 내용들이 그려져 있었다.
대성당의 공간적 특징은 대주교를 비롯한 성직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지성소와 회중이 예배를 드리는 성당으로 구분돼 있다는 것이었다. 제의를 입은 성직자들과 복사(예배를 돕는 평신도)들만 지성소를 드나들며 예배를 인도했다.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올라 이날 예배에서는 미리 작성된 설교문이 대독됐다.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탕자의 비유’를 주제로 한 설교에서 “탕자의 아버지가 아들이 가까이 오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끌어안으려 서둘러 갔던 것처럼 주님의 지극한 사랑과 자비를 뛰어넘는 죄는 없다는 것을 본문은 설명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회개하라”고 권면했다.
설교 후에는 ‘대입당’이 이어졌다. 정교회 예배서에는 ‘대입당은 그리스도께서 골고타를 향해 가시는 것을 재현함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주님 자신을 봉헌의 제물로 드린 의미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예식’이라고 적혀 있다. 성도들은 성직자들이 지성소에서 나와 성전을 한바퀴 도는 동안 머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이후 개신교의 사도신경과 유사한 신앙교리인 ‘신앙의 신조’가 암송됐고, ‘성체’와 ‘성혈’을 나누는 성찬이 진행됐다. 성찬에는 정교회 세례신도만이 참석이 가능하지만 예배의 마지막 순서에 성찬에 참여하지 않은 성도들에게도 ‘축성된 빵’이 선물 대신 제공됐다. ‘안디도로’라 불리는 이 예식을 끝으로 3시간여의 예배는 마무리됐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