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歌客 청춘을 깨다… 뮤지컬 ‘김광석’ 바람

입력 2013-03-03 15:32


삶의 문턱에서 통과의례처럼 만났던 노래, 시간을 넘어 삶을 위로하는 노래. 고(故) 김광석(1964∼1996)의 노래는 그랬다. 청춘의 고비를 넘을 때마다 우리는 이 노래를 듣고 불렀다. 그가 떠난 지 올해로 17년째,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노래는 더 진해지고 뚜렷해졌다. 김광석이 부른 노래 또는 그를 소재로 만든 뮤지컬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그날들’과 ‘김광석’이 그 것이다. 지난해 대구 초연에 이어 서울에서 공연되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도 반갑다.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지는 최초의 대형 뮤지컬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사이트 1위에 올랐다.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등 손대는 작품마다 흥행 홈런을 친 장유정(37)씨의 5년만의 신작이라 기대감을 더한다.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이던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막내딸과 수행 경호원이 사라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호팀을 진두지휘하던 경호부장 ‘정학’ 앞에 1992년 사라진 경호원 동기 ‘무영’과 ‘그녀’의 흔적이 발견된다. 청와대 경호실과 한중수교라는 실재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배경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한 미스터리 구조가 돋보인다.

뮤지컬 ‘그날들’에는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먼지가 되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부치지 않은 편지’ ‘나의 노래’ 등 김광석이 ‘부른’ 노래 26곡이 나온다. ‘일어나’ ‘그대 웃음소리’ 등 김광석이 ‘쓴’ 10여곡은 저작권 문제로 제외됐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냉철하고 철두철미한 경호부장 정학역은 유준상과 오만석 강태을이 맡았다. 여유와 위트를 가진 경호원 무영역은 지창욱과 최재웅, 신원을 알 수 없는 그녀역에는 방진의와 김정화가 캐스팅됐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와 이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다. 4월4∼6월30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뮤지컬센터대극장(1544-1555).

◇장진 감독이 쓰고 연출하는 ‘김광석’=영화투자배급사 뉴(NEW)와 서울시뮤지컬단이 공동 제작하는 작품. 연극 ‘허탕’과 ‘서툰사람들’, 영화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재기발랄한 연출력을 보여준 장진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한다. 1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예정으로 현재 대본 작업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뮤지컬 ‘그날들’과 달리 ‘김광석’에서는 고인이 만든 곡도 들을 수 있다. 유족과의 저작권 문제가 합의됐기 때문이다.

유인택 서울시뮤지컬단장은 “김광석의 노래는 세대와 이념을 뛰어넘는 컨텐츠”라며 “김광석 노래의 색깔과 힘을 잘 살리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극장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지난해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 첫 공연에 이어 15일부터 5월 19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아트센터 K네모극장 무대에 오른다. 전자음을 사용하지 않은 어쿠스틱(acoustic) 뮤지컬이다. 화려한 캐스팅과 무대 등 볼거리보다는 어쿠스틱 음악을 들려주는 라이브 콘서트 분위기. 소극장 콘서트를 좋아했던 김광석이 주로 활동한 서울 동숭동 학전소극장 분위기도 무대에서 연출된다.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무명 가수에 머물고 있는 주인공 이풍세가 갈등을 딛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광석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풍세가 다시 가수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기획하는 콘서트 이름이다.

유족과 팬클럽의 후원으로 만든 첫 김광석 주크박스 뮤지컬로 주인공 이풍세역은 가수 박창근과 뮤지컬배우 최승열이 번갈아 맡는다(070-7794-2245).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