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진짜를 기다린다

입력 2013-03-03 17:05


중국 상하이에 갔을 때였다. 일명 ‘짝퉁시장’이라는 곳에 구경을 갔다. 소위 세계적인 명품이라고 하는 물건들의 짝퉁을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팔다 보니 호기심 어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나를 인도한 선교사님이 재미있는 말을 했다. 한번은 모 방송사에서 진짜 명품시계와 짝퉁 명품시계 둘을 같은 높이에서 떨어뜨려 어느 쪽이 더 튼튼한지 테스트했더니, 얄궂게도 진짜는 박살이 나고 짝퉁은 멀쩡했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세상에는 많은가 봐요’ 뼈 있는 한마디였다.

유명한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하루는 시골의 한 마을을 가다가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 마을에서 ‘채플린 흉내 내기 대회’가 열린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채플린은 직접 그 대회에 참가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3등이었다. 진짜 채플린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채플린이 두 명이나 더 있었다는 이야기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믿음의 싸움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귀는 진짜보다도 더 진짜 같은 가짜를 가지고 우리와 세상을 혼돈케 한다. 그것도 시시한 것을 걸고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중요한 것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 이 세상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귀하고 중요한 것일수록 가짜는 넘쳐나는 법이다. 단돈 몇 백원하는 볼펜은 아직 짝퉁이 나왔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수백 만원대의 고가 만년필은 짝퉁이 즐비하다. 마찬가지다. ‘구원진리’가 중요하니까 역사상 구원진리에 대한 수많은 짝퉁이단들이 즐비했다. 재림진리가 중요하니까 재림에 대한 짝퉁진리들이 역사상 넘쳐났다. 진정한 영성이 중요하므로 가짜 영성이 넘쳐난다. 귀하고 중요한 것일수록 짝퉁을 생산하려는 마귀의 열정은 더 집요하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하나님은 왜 가짜가 설치도록 가만히 두시는 것일까. 알곡과 가라지 비유에서도 예수님은 가라지를 뽑지 말고 ‘가만히 두어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진짜를 원하지 않으시는가. 진짜 영성, 진짜 교회, 진짜 성도를 원하지 않으시는가. 물론 하나님은 진짜를 원하신다. 아니, 어쩌면 너무도 진짜를 원하시기 때문에 오히려 가짜가 유통되도록 허락하시는지도 모른다. 마귀가 생산해내는 수많은 짝퉁들의 홍수 속에서 ‘이것이 가짜요!’라며 무섭도록 예리하게 가짜를 구분할 줄 아는 ‘진짜들’, 더 나아가서 ‘이것이 진짜요’라고 말하며 진짜를 몸소 보여줄 수 있는 ‘진짜들’을 보고 싶으신 것이다. 요즘 교회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관심이 지나치리만큼 예민한 것 같다. 그 비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것은 진짜를 보고 싶어하는 이 세상의 열망이 아닐까.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그 이전에 하나님께서 기다리신다는 생각을 하면 진짜로 나타나야 할 교회와 하나님 백성의 거룩한 부담이 새삼 무겁게 느껴진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