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토플’ 공인시험 공신력 과녁 정조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NEAT’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3-03-03 17:00


영어능력 검증시험 국산화는 가능할까. 읽기·쓰기·말하기·듣기를 균형 있게 구사하는 인재를 공교육만으로 양성할 수 있을까. 이런 목표의식에서 출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니트)이 올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다. 오는 9일 시행되는 니트는 5월 11일로 예정된 사상 첫 일반인 대상 시험을 앞둔 마지막 시뮬레이션이다. 지난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실시된 니트 역시 시험의 적정성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 성격이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니트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향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을 대체하는 것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주춤하는 니트, 점수변환표 공신력이 중요=2007년부터 논의된 한국형 영어능력 검증시험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식 교육과 결합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영어교육팀이 영어교육정책과로 확대·개편돼 총괄역을 맡았다. 국립국제교육원(일반인 대상 1급),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고교생 대상 2·3급)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됐고 서울대·고려대·외국어대·숙명여대 등이 참여해 지난해 시험이 완성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정부가 300대 기업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펴고 있지만 채용시험에 니트를 활용하는 곳은 없다. 공공기관과 공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찰청은 최근 내년부터 순경 공채시험에 니트를 활용하기로 했던 계획을 보류했다. 니트 1급의 경우 정부가 2016년부터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응시료로 시험을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불투명하다.

니트 2·3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부터 수능 영어를 니트로 대체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2019년 이후로 미뤄졌다. 수시에서 36개 대학이 니트를 반영하고 있지만 주요 대학들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아직 공신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험 당국은 점수변환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점수변환표는 니트 점수를 토익·토플 등 기존 시험의 점수로 환산한 자료다. 지난해 두 차례와 9일 시험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지며 니트 응시자들이 제출한 토익·토플 점수를 니트 점수와 비교해 산출된다.

시험 당국 관계자는 “니트 도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점수변환표를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점수변환표의 공신력을 인정받을 경우 니트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점수변환표는 3월 말∼4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말하기·쓰기 교육 인프라 구축이 관건=니트가 수능 영어를 대체한다면 듣기·읽기 위주의 우리나라 영어교육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측된다. 말하기·쓰기가 강조되면서 영어 수업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영어 수업의 모습이 사뭇 달라질 것이다. 영어 교사가 지문을 읽고 문법을 설명하던 방식에서 학생들의 말하기와 쓰기를 연습시키는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영어 교과서 역시 대폭 손봐야 한다.

입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점수제인 일반인용 니트 1급과 달리 고교생용 2·3급은 등급제로 설계됐다.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등급을 받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수능은 응시자의 상대적인 순위에 따라 성적이 부여되는 방식으로 과도한 경쟁이 불가피했다.

관건은 교육 인프라다. 말하기·쓰기 도입으로 교사들의 준비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준비는 미흡하다. 서울 지역 고교의 한 영어 교사는 “말하기·쓰기 교육 도입은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암담해하고 있다”며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교육지원청별로 영어교육컨설팅단(178개), 영어교육모델 창의경영학교(128개교), 니트 교사연구회(1500명) 등을 만들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사 맞춤형 수업지원 포털 사이트도 구축했다. 아울러 말하기·쓰기 연습 프로그램인 EBSe, 모바일앱 등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니트(NEAT)

국가 주도 공인영어시험(National English Ability Test)이다. 일반인 대상 1급과 고교생용 2·3급으로 나눠 실시된다. 토플과 유사하게 인터넷 기반시험으로 개발됐으며 듣기·읽기·말하기·쓰기 4개 영역을 측정한다. 1급은 각 영역별 100점으로 만점은 400점이다. 2·3급은 실력에 따라 4단계(A∼D) 등급을 받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