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산업안전관리가 이리 허술하다니
입력 2013-03-03 17:53
불산 누출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무더기로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화성사업장을 특별감독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1934건을 확인했다고 3일 발표했다. 생산라인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난 1월 제때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직원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며, 관할인 경기도에 늑장 신고를 하는 바람에 여론의 질타를 자초한 화성사업장에서 법 위반 사항이 대거 적발된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노동부는 712건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형사입건하고 143건에 대해서는 2억493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안전조치가 미비한 기계·기구 등은 사용중지 조치를, 개선이 필요한 1904건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노동부는 화성사업장이 일부 라인의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 등에 위험물질을 중화시키는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모든 라인의 CCSS에 독성물질을 회수할 수 있는 배기시설이 설치돼 있다”고 반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화성·기흥·온양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전 공장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안전보건 진단을 받고 개선책을 수립하라고 명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지적사항 가운데 80%를 개선했고, 남은 부분은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사고를 막지 못한 반성의 뜻으로 녹색기업인증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기업일 뿐 아니라 세계의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에서 유사 사례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 사고가 터지거나 당국의 조사결과가 나올 때마다 내놓는 대책이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립서비스(lip-service)여서도 곤란하다. 제아무리 세계적 기업이라도 비슷한 과오를 되풀이하면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권 부회장이 “80%를 즉시 개선했다”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법 위반 사항은 산업현장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고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임직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기업 스스로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책무다.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차제에 다른 대기업들을 상대로 산업안전 위반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일류 기업이라는 이유로, 일정 기간 동안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유예하는 것은 당국의 직무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 차원에서라도 전방위 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