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블라인드 수출中企 삼보 김진익 대표 “해외전시회 참가 실적 외면”

입력 2013-03-03 17:26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이나 특허가 몇 개인지, 국가 포상을 몇 번 받았는지가 수출과 무슨 관계입니까.”

블라인드 제품 수출 중소기업인 삼보의 김진익(75·사진) 대표는 수출자금 지원 기업 선정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되물었다. 김 대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국제 박람회 참가 기업 지원금을 신청했다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심사 기준을 맞추기 힘들어서다. 100점 만점에 ISO나 특허 인증서 보유 등 수출 잠재력 부문이 30점, 정부 포상 실적이 10점이나 되지만 정작 해외 전시회 참가 실적은 10점에 불과하다.

그래도 국제 박람회 참가를 포기할 수는 없다. 품질만 좋다고 수출 계약이 저절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수출을 하려면 한 명이라도 더 바이어를 만나 새 디자인과 재료의 제품을 보여줘야 한다”며 “품질은 기본이고 출장과 전시회, 샘플 비용을 아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전시회 참가를 고집하는 이유는 더 있다. 김 대표는 “제품 트렌드 변화, 업계 경기 상황을 파악하는 데 전시회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트렌드를 디자인 등에 반영하고, 바이어 국가들의 경기 상황을 파악해 수출 전략을 새로 짠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김 대표는 “1년에 프랑크푸르트, 상하이, 미국, 모스크바 등 4개 국제 섬유전에 참가하는데 66㎡ 정도 부스를 빌리는 데 2000만원, 부스 공사비 2000만원 정도 들고 직원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합치면 평균 6000만원 이상 든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국처럼 지원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파키스탄은 수출 기업이 해외 유명 박람회에 참가하면 임대료, 공사비를 전폭 지원해준다. 독일은 부스 임차계약서나 공사대금 영수증 등을 박람회 후에 관련 기관에 제출하면 공사비의 30∼50%를 보조해준다.

김 대표는 “사전에 서류만 보고 지원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전시회 계약서와 비용 처리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가지고 사후에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는 수출로만 연간 300만∼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삼보는 최근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하임텍스틸’에 참가했던 김 대표는 “작년에는 바이어 250명 정도가 우리 부스를 찾았다면 이번에는 150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유럽이 불황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 1000원어치 팔아 300원 남았다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100원도 남기기 힘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만큼 이익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2∼3배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에 샘플을 더 보내야 하고, 해외 출장을 더 나가야 하는데 비용이 고민이다.

최근 김 대표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잔다. 남미 유럽 등 시차가 나는 다른 나라 바이어의 이메일 상담을 즉시 처리하기 위해 새벽까지 작업을 한다. 중국 터키 등의 경쟁 기업에 비해 여건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연락이 오는 바이어를 한 명도 놓치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다. 1월 박람회 당시 만났던 바이어들에게 수차례 이메일과 샘플을 보낸 결과 최근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 게 김 대표에겐 그나마 위안거리다.

프랑크푸르트=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