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3부)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 ① 수출 밸트마이스터 독일
입력 2013-03-03 17:27
메세의 나라 독일… 세계적 박람회 3분의 2 열린다
국민일보가 4일자부터 연중 기획 시리즈 ‘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의 3부를 시작합니다. 시리즈는 유럽과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도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독일의 우수 분야를 중진국 함정에 빠진 한국이 벤치마킹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1부 ‘왜 독일인가’(2012.12.10∼12.17, 2회)에서는 수출 비중과 통일 등 우리와 비슷한 여건의 독일로부터 배울 점을 살펴봤습니다. 2부 ‘5년, 새 정부 과제’(2012.12.24∼2013.2.25, 10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동안 새 정부가 롤 모델로 여길 만한 각 분야(경제, 복지, 교육, 대타협 정치, 일관된 정책 등)의 강점을 프롤로그 성격으로 소개했습니다. 3부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는 2부에서 제시한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각 분야의 문제점과 해결 방향을 3∼4회씩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시리즈는 창간 25주년인 12월까지 주 1회 게재됩니다.
프랑크푸르트 ‘메세(Messe·박람회장)’는 국제 섬유박람회인 ‘하임텍스틸(Heimtextil)’로 한 해의 문을 연다. 하임텍스틸 첫날인 지난달 9일 찾은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선 소리 없는 마케팅 전쟁이 한창이었다. 부스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제품 소개와 계약 상담에 열중하는 바이어와 납품업체 관계자들로 넘쳐났다.
내부 면적은 32만㎡. 서울 코엑스의 전시면적이 3만6000㎡이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전시장 안내 지도는 방문객 필수 품목이고, 여러 동의 건물로 구성된 메세 내부에는 셔틀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검은색 여행가방을 들고 전시장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있던 영국의 코팅종이 원료 생산 업체 대표는 “3곳과 가계약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새로운 납품처를 찾기 위해 매년 박람회를 찾는다”며 “연간 2억5000만 달러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박람회를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아시안 필링(Asian feeling)’이라는 주제관에서 카펫 침대보 등을 선보인 누어제한사의 산제이사라마씨는 “계약 상담뿐 아니라 경쟁사의 제품 동향도 파악할 수 있어 10년간 하임텍스틸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 기간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후 계속된 연락을 통해 계약을 따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임텍스틸엔 61개국에서 2619개사가 참여했다. 일반 관광객의 방문을 제한했음에도 6만8000명 정도가 방문했다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 80만명 이상이 찾는 하노버 세빗 정보통신박람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하지만 전시회장의 절반 정도인 9개 홀에서만 진행된 이번 박람회를 돌아보는 데도 하루가 부족했다.
독일은 메세의 나라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하노버 세빗 정보통신박람회·국제산업박람회, 베를린 국제소비자가전제품박람회(IFA) 등 세계적 규모의 박람회 가운데 3분의 2가 독일에서 개최된다. 주요 도시에 22개 전시장과 275만㎡의 전시면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10만㎡를 초과하는 전시장만 10개를 보유하고 있다. 하노버, 프랑크푸르트, 쾰른 등 3곳은 세계 5대 전시장에 속한다.
독일이 세계 수출시장을 선도하는 것 또한 발달된 박람회산업에서 그 이유를 찾는 시각도 있다. 박람회가 바로 수출 마케팅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주독일 대사관 박재영 상무관은 “독일 기업들은 굳이 외국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바이어들을 박람회에서 만나 수출 상담을 하고 주요 구매 계약도 할 수 있다”며 “안방에 앉아서 외국 바이어들을 맞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독일무역박람회산업협회(AUMA)에 따르면 2011년 독일에서 개최된 박람회에는 약 16만개 기업이 참가했다. 절반 이상은 외국 기업이다. 실제로 독일 기업들이 체결하는 수출입 계약의 20∼30%가 박람회를 통해 성사된다.
독일 정부와 지자체는 박람회산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김평희 코트라 글로벌연수원장은 “독일은 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이 공항에서부터 박람회장까지 비 한 방울 맞지 않게끔 인프라를 만들어놓았다”며 “적은 비용으로 수출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고 관련 산업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독일 정부가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수출뿐 아니라 관광, 호텔 등 관련 산업에도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 실제 하임텍스틸 기간인 1월 초 프랑크푸르트 시내 호텔 숙박비는 2∼5배 뛴다. 이 기간에 예약 없이 시내 호텔방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박람회산업은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0.5%에 해당하는 230억 유로 이상의 부가가치와 23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 박람회에는 매년 95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 2011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 관광객 980만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가운데 외국에서 찾아온 바이어가 25%를 차지한다.
◇메세(Messe)=박람회를 의미하는 독일어 ‘Messe’는 라틴어 미사 ‘Missa’에서 따왔다. 미사를 끝내고 교회 앞마당에서 물건을 매매하던 장이 선 것이 오늘날 대형 박람회의 기원이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배 의식을 겸한 신성한 축제’라는 메세의 800년 전통이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 박람회 국가로 만든 근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크푸르트=글·사진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