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승관 목사] 21세기 한국 교회의 시대적 사명과 과제③

입력 2013-03-01 20:05


“열린 귀와 열린 문”: 성령이 교회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고 세상 속으로 흩어져야(下)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치 아니하였도다.”(계3:8)

요한계시록은 사도 요한을 통해 알려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와 예언의 말씀이다. 요한은 서두(계1:1~3)에서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에게 복이 있다”며 하나님이 자신에게 보여주시고 깨닫게 하신 것들에 대해 편지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일곱 개의 초대 교회가운데 서머나 교회와 빌라델비아 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교회들에 대한 경책성(警責性) 증언이 대부분이다.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에서는 이 책망 부분에 대해 이렇게 번역을 하고 있다. “나에 대한 처음 사랑을 버린 일’, ‘훌륭한 유대인인척 하지만 실은 사단의 무리에 속하는 자들의 주장과 거짓을 일삼는 일‘, ‘사단의 보좌 바로 밑에 살면서 이스라엘의 거룩한 순례 길을 방해하는 자들’, ‘자칭 예언자라 하는 이세벨이 나를 아끼는 종들을 십자가를 부인하는 종교로, 자아에 탐닉하는 종교로 꾀는 것을 보고만 있는 자’, ‘원기 왕성한 것 같지만 실은 돌처럼 죽어 있는 자’, ‘하나님은 안중에도 없이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계속 잠을 자는 자’, ‘자신이 부자요 성공한 자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가련하고 눈멀고 누더기 옷에 집 없는 거지임을 알지 못하는 자’, ‘차라리 차갑거나 아니면 뜨겁거나하면 훨씬 더 나을 텐데, 내가 역겨워서 토하고 싶게 만드는 자’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적을 하시면서‘귀 있는 자들은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회에 보내는 성령님의 편지

초대 교회를 향해 들려주셨던 주님의 경책이 오늘 한국교회에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들려지고 있다. 하나님은 오늘을 사는 한국교회를 수신자로 하여 계속 성령의 편지를 보내고 계시다, 불신 세상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세속화, 지나친 성장주의와 물량주의, 나만 잘 되면 오우케이인 개(個)교회주의, 현세적인 축복을 추구하는 기복주의 신앙, 교회 안과 밖의 삶이 다른 이원론적 믿음 생활, 돈과 명예 추구, 성공지향, 성적 타락 등 목회자들의 탈선,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권력 집중과 목회 세습, 교파 간의 갈등, 각양 정치가 판치는 각종 공회 등 지금의 한국교회는 정말 주님의 마음을 뒤흔들고 역겨워 토하게 만드는 잘못과 행악을 계속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딤후3:5), ‘교회의 조직은 있으나 그 안에 생명력이 없는’, 마치 머리털 깎인 삼손처럼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회는 주님께서 보내신 용량 초과의 ‘받은편지함’을 열어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열린 귀를 가지고 성령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 하루빨리 잘못된 길에서 돌이켜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를 향해 부어주신 은혜와 축복을 헤아리며 처음 사랑과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풀어야할 과제

필자는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도전(취약점)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싶다. 물론 이는 필자의 주관적 진단임과 한국의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이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님을 전제로 한다. 첫째 비성경적이고 건강치 못한 교회론(선교적 교회론의 부재), 둘째 목회자들의 세속화와 탈선(목회 윤리의식의 실종), 셋째 성도들의 이원론적 신앙생활(교회 안과 교회 밖에서의 삶의 괴리)이다. 이와 같은 취약점들은 부정적인 파급력과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한국교회를 점점 위기로 몰아넣고 방향 감각을 잃은 채 비틀거리게 만드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한국 교회의 취약점과 문제점을 만들고 키운 장본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필자를 포함한 목회자들이다. 지상교회의 본질을 망각한 채, 큰 교회를 꿈꾸며 성장주의와 물량주의의 유혹에 빠진 죄, 돈과 명예, 감투와 권력과 같은 인간적인 소욕이 성령의 소욕을 누르게 한 죄, 섬기는 종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군림하려고 한 죄, 한 영혼을 귀히 여겨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골짜기를 헤매는 목자의 심정을 잃어버린 죄, 성도를 교회 안으로 모으고 세상 속으로 흩어지게 하지 못한 죄...지금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도전의 배후에는 이와 같이 선한 목자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목회자들의 잘못과 책임이 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필자는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하며 중지를 모아 펼쳐야할 두 가지 운동(Two “R” Movement)을 제안하고 싶다. 바로 범(凡)교회적인 회개(Repentance) 운동과 대대적인 개혁(Renewal) 운동이다.

오래 전에 듣고 마음에 새겨둔 이야기가 있다. 아프리카 콩고의 한 마을 전체가 한꺼번에 회심하고 주 앞에 돌아오는 신(新)사도행전적인 역사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 놀라운 부흥은 선교사들의 노력과 주도하에 일어난 것이라기보다는 현지의 두 여인과 한 남자 성도의 진정한 회개로부터 촉발된 것이었다. 두 여인이 성령의 역사하심과 감동 속에 자신의 삶을 돌이키다가, 한 여인은 교회에 드려진 쌀 한 자루를 갖다 쓴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 여인은 그것을 교회에 가지고 와서 성도들 앞에서 고백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쌀은 교회에서 쓰여 져야할 것인데 제가 썼습니다. 부디 저를 용서해주십시요!” 그러자 또 다른 여인이 “저는 남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인데, 주인집의 계란 한 개를 말없이 가져온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회개합니다.” 이어서 한 남자가 나와 고백하기를 ”저는 어떤 선교사님의 집에서 책 한권을 몰래 가져왔습니다. 내가 그것을 다시 돌려드리고 회개하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잘못과 죄를 회개하고 바로 잡으려는 이 세 사람의 진실한 고백 때문에 이 마을에 놀라운 부흥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양대부흥운동도 당시 장대현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이길함(李吉成, Graham Lee) 선교사의 통회 자복과 길선주 장로의 회개 기도로 말미암아 그 영적 대각성과 부흥의 역사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른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 누가 이와 같은 회개와 자복운동을 일으킬 수 있나? 바로 ‘주여, 바로 제가 죄인 중에 괴수이오니 저를 불쌍히 여기사 회개의 영을 부어주시옵소서!’ 하나님 앞에서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통회 자복하는 가난한 심령의 소유자들을 통해서이다.

사복음서(마21:12~13, 막11:15~17, 눅19:45~46, 요2:13~16)에 보면 예수님이 성전(교회)를 정화하시는 장면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각각 다른 저자들의 기술(記述)이지만, 이는 보이는 건물(예배당)이 아닌 주님의 몸 된 성전(교회)에 대한 일대 척결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오늘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을 향해 “만민이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굴로 만들지 말라!”며 의분의 채찍을 높이 들고 계신다. 성전 안에서 장사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돈을 쏟고 상을 엎으시며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분노하시던 그 주님의 눈빛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제 한국 교회는 지난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빛과 소금처럼 귀히 쓰임 받았던 은혜의 해를 되찾아야 한다. 백여 년 전 이 땅에 흑암이 짙었을 때 복음의 빛으로 역사의 새벽을 깨우고, 민족갱신과 의식개혁, 독재와 부정부패, 불의에 맞선 의로움과 용기로 무지와 가난의 굴레를 벗게 하고, 국가와 사회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산에서 굴에서 구국제단을 쌓고 눈물로 간구하며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고 사회개혁을 주도한 기독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흩어진 지혜의 구슬을 모으고 꿰는 영적 선각자들이 나와야 한다. 지금은 수술대에 누여져있는 중환자를 바라보며 자기의 상식이나 민간요법을 논하는 무면허 의사들이나, 입에 단내가 나도록 운동장을 누비는 축구 선수를 향해 관중석에 앉아 손가락질하며 작전지시하는 비공인 감독들은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매스콤을 잘 타지 못하고 별다른 감투가 없어 교계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양(羊)무리를 돌보는 신실한 목회자들, 시류에 적당히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세태를 거슬러 올라가는 진정 의(義)에 주리고 목마른 평신도 지도자들, 경건을 자신의 유익으로 삼지 않고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는 하나님의 군사들, 사회 각 분야에서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함께 기도하며 중지를 모을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개혁의 로드맵을 만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나라 교회들의 좋은 제도(System)나 조직(Matric organization)을 벤치마킹하여 대대적인 혁신(Renovation)과 구조 조정(Restructuring)을 도모할 때이다. 한국교회의 취약점이자 풀어야할 산적한 과제들, 우리도 모르게 고착된 여리고 성과 같은 견고한 사단의 진을 파하고, 이미 온 몸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영적 암세포들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이 비단 재수 학원의 캐치프레이즈만은 아니다.

유승관 목사(SIM International Consultant, ‘교회여, 세상 속으로 흩어지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