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부조직법 개정안 조속 처리 요구 왜 했나… 5일까지 통과 안되면 국정공백 장기화 우려
입력 2013-03-01 22:35
청와대가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것은 기형적인 정부 출범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에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국정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예정에 없던 회견에서 “5일이면 임시국회가 끝난다. 화요일(5일)이 넘어가면 그 다음에 언제 국회가 열릴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간곡하면 대변인 명의의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겠느냐”며 다급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마이크만 김 대변인이 잡았을 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전반적 기류를 반영한 회견이었다.
김 대변인은 “야당이 초심으로 돌아가 화끈하게 한번 도와 달라”면서 ‘읍소’ 수준의 완곡어법을 구사했다. 또 “정부조직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혹여 정치권, 특히 야당에 다소 예를 갖추지 못한 점이 있다면 그 점은 보완하겠다”고도 했다. 여야가 협상 중인 상황에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극히 이례적인 선택을 한 만큼 야당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과 달리 회견 내용에서는 ‘야당은 새 정부 출범을 더 이상 발목잡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드러났다. 김 대변인은 여야 간 최대 쟁점인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대해 원안 고수 입장을 분명히 하며 박 대통령의 미래부 구상 취지와 진정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민주당이 대선 당시 ICT(정보통신기술) 전담부처 신설을 공약했다고 적시하면서 ‘미래부 신설은 곧 방송장악 기도’라는 야당의 반대 논리를 반박하는 데 주력했다. 정부조직법 늑장 처리를 두고 야당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 또한 결코 곱지 않다는 점을 의식해 우회적인 압박을 가한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식장에서 여야 대표와 만나 정부조직법 타결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도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기념식장 VIP실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며 “(정부조직법을) 잘 좀 처리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서 문 위원장은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여당에 협상의) 재량권을 주시면 금방 해결된다. 바로 오늘이라도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간은 쫓기는데 야당의 입장은 완강하다는 점이 재차 확인되자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직접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