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3·1절 기념사] 취임후 2차례 연설·메시지 스타일… 짧고 같은 단어 반복, 각론은 없다
입력 2013-03-01 22:28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뒤 선보인 두 번의 공식 연설은 꼭 닮았다. 3·1절 기념사는 지난 25일 취임사보다 분량만 절반 수준으로 줄었을 뿐(약 5200자→약 2700자) 같은 메시지가 담겼다.
박 대통령은 1일 기념사에서 ‘국민’을 21번, ‘행복’을 13번 언급했다. 취임사 때도 국민과 행복은 각각 57번과 20번 쓰여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로 기록됐다. ‘문화’는 7번으로 취임식(19번)에 이어 비중 있게 다뤄졌고 ‘대한민국’(한국 포함 10번), ‘북한’(8번), ‘역사’(7번), ‘희망’(4번), ‘미래’(4번), ‘경제’(3번)도 박 대통령이 애용한 단어로 집계됐다.
두 연설에는 유사한 문장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저는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으로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꿈을 동시에 이루었다” 등이다. 서두 인사말 이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 비전인 ‘희망의 새 시대’가 바로 나오는 것도 닮은꼴이다. 또 “그동안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이룩했다”며 ‘한강의 기적’이 다시 언급됐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거듭 강조했다. 독립선언문의 ‘자자손손 완전한 경사와 행복을 길이 누리기 위해 자주독립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인용하며 “그렇게 선열들이 간절하게 열망했던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안팎의 도전들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복지에 사각지대가 많아 노후가 불안하고, 기초적인 삶조차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며 맞춤형 복지 시스템 구축도 약속했다. 아울러 “문화를 통해 국민이 하나가 되고 세계인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융성 시대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의 등에서 각론을 조목조목 내놔 눈길을 끌었던 박 대통령이었지만 취임 후 두 연설에서는 국정의 큰 방향과 키워드 정도만 언급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구체적인 공약을 거론하거나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취임사에서 실종돼 논란이 일었던 국민대통합 메시지는 이번에 짧게 담겼다. 박 대통령은 통합이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국민 여러분께서도 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겨 작은 차이는 뛰어넘어 공동체를 위한 대승적인 양보와 나눔의 대열에 동참해 주시고, 대립과 분열의 현장에 상생과 화합의 길이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