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3·1절 기념사] 대북 메시지는… ‘유연한 접근’ 표현하며 개선 의지

입력 2013-03-01 22:30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에 대해 ‘선 변화, 후 포용’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유연한 접근’ ‘남북관계 정상화’ 등의 표현에서 보듯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김정은 체제를 향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언급하며 북한을 자극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에 비춰보면 유화적 제스처로 바뀌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당초 기념사 초고에 ‘북한이 변화하고 개혁과 개방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으로 돼 있었다. 개혁·개방이란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비핵개방 3000’(비핵과 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의 소득을 10년 뒤 연간 3000달러로 높이는 방안)이라는 전(前) 정부의 대북정책 틀을 벗어나겠다는 표현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신뢰 회복을 위해선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핵개발과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고립과 고통만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여지를 두는 ‘전략적 모호성’을 띤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1일 “이달 중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마무리되면 남북 간에 새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며 “더 이상 경색될 염려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제재 국면이 끝나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남북 간 접촉에 대한 기대감도 일고 있다.

북한도 일본을 강력 비난한 반면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북남공동선언을 존중·이행하는 것은 북남관계를 전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 전제”라며 “지난 5년간이 보여준 것처럼 북남선언들을 부정하면서 동족 대결을 추구한 자들에겐 민족의 규탄과 배격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