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서윤경] MWC에 드리운 ‘암울한 스페인’
입력 2013-03-01 18:10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28일(현지시간)까지 개최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이번 전시회는 최신 이동통신 기술뿐 아니라 스페인의 어두운 경제 현실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전시회 참가 업체들과 관람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최 측과 지역 상인들이 전시 기간에 한몫 챙기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참가 업체들에 바가지를 씌웠다. 간판을 달기 위해 사용하는 와이어 한 줄에 1000유로(약 145만원)를 받았다. 비교적 부스가 작은 한국콘텐츠진흥원도 6개의 와이어를 사용하기 위해 860여만원을 써야 했다.
한 참가 업체 관계자는 “전시장 인근 호텔은 모텔급 시설임에도 하룻밤에 380유로(약 55만원)를 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은 이 지역 치안은 전시회 동안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카탈루냐 경찰서는 도난 신고를 하려는 사람들로 전시회 내내 북적였다. 이 지역 경찰은 “살기 힘들어지니 범죄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스페인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무색할 정도로 시민들은 ‘살기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서는 노인 50여명이 비가 오는 날씨에도 연금 축소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 아나 란지씨는 “노년을 편히 보내기 위해 연금을 들었는데 10유로를 넣어도 돌아오는 건 1유로뿐이란 얘기를 들으니 화가 난다”며 울분을 토했다.
스페인은 2018년까지 MWC를 유치함에 따라 35억 유로(약 5조3000억원)가 넘는 경제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돈벌이에 급급한 주최 측과 불안한 치안에 관람객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서윤경 산업부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