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룽지 사단’ 中 금융개혁 전면에

입력 2013-03-01 18:09

‘주룽지(朱鎔基) 사단’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에서 중국의 재정·금융 개혁이 가속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된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부총리와 총리를 지낸 주룽지는 재정과 은행 분야 등에서 획기적인 개혁 조치를 취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표적인 주룽지맨으로 개혁 성향인 러우지웨이(樓繼偉·62) 중국투자공사(CIC) 회장이 차기 국무원 재정부장으로 내정됐다. 러우지웨이는 주룽지가 총리(1998∼2003년)였을 때 재정부 부부장(1998∼2007년)을 지냈으며 CIC 창설 이후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CIC 회장으로 국부펀드 2000억 달러를 주물러왔다.

주 총리가 90년대 전반 부총리로 인민은행장을 겸임했을 당시 인민은행 정책연구실 주임을 지낸 샤오강(肖鋼) 중국은행 이사장은 인민은행 당서기로 유력하다. 샤오강은 나이 제한에도 불구하고 유임될 것으로 알려진 저우샤오촨(周小川·65) 인민은행장과 함께 금융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저우샤오촨이 1∼2년 정도 인민은행장을 더 맡은 뒤 샤오강이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룽지맨으로 꼽히는 상푸린(尙福林)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과 궈수칭(郭樹淸)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지난 18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으로 선출돼 더욱 힘이 실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러우지웨이의 재정부장 임명안은 5일 시작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주룽지는 2003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정치 현안에 거리를 두고 지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바오 총리 재임 동안 진행된 금융개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주룽지 사람들의 약진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정부 내 새로운 재정·금융팀이 구성되면 중국 증시에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조치를 취하고 과다한 외환보유액 문제도 적극 대처하는 동시에 금리 자유화와 위안화 국제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외화자산의 70%가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미국 자산이라는 점에서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전망은 장샤오창(張小强)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이 러우지웨이에 이어 CIC 회장으로 내정된 데서도 드러난다. 장샤오창은 발전개혁위에서 외국인 투자 업무를 맡아와 이 분야에 정통하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