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만을 생각하며… 쉿! 미디어 금식중

입력 2013-03-01 17:58


“TV,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하는 ‘미디어 금식’을 실천중입니다.”

김진영(41·100주년기념교회) 집사는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거의 손에서 놓지 않던 스마트폰 사용을 줄였다. 또 평소처럼 아침 드라마를 보기 위해 켰던 TV를 완전히 껐다. 그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미디어를 단절한다는 게 어렵긴 하지만 고난주간을 앞두고 온전히 예수님만을 묵상하고 그분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미디어를 금식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대부분의 성도들은 사순절에 온전히 예수님을 묵상하기 위해 경건한 신앙생활에 힘쓴다. 문화사역자들은 여기에다 다양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십자가 고난의 의미를 더 깊이 새겨볼 것을 권면한다.

기독교 문화사역단체인 팻머스문화선교회(대표 선량욱)는 오는 25∼30일 고난주간을 앞두고 ‘미디어 회복’ 캠페인을 제안했다. 선교회는 이를 위해 CF영상과 미디어회복 캠페인 서약서, 포스터 등을 제공한다. 선 대표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세상의 미디어는 금지하고 기독교 신앙에 도움이 되는 문화와 예수님을 묵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디어에 집중하자는 운동”이라며 “구별된 문화 미디어 사용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미디어 회복 캠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캠페인에 동참할까. 두 가지 실천행동이 있다. 먼저 ‘미디어 금식’. TV나 영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미디어 사용을 절제함으로써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해보자는 것이다. 또 ‘미디어 가려먹기’. 세상의 문화와 미디어는 금식하고 절제하되, 예수님의 고난을 더 깊이 묵상하고 헌신할 수 있도록 돕는 미디어는 가려서 섭취(시청, 독서)하자는 것이다. 선 대표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미디어 금식이야말로 예수님을 묵상하는 가장 완벽한 통로”라며 “이런 실천들을 통해 예수님을 깊이 묵상하고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 관계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02-541-6156).

1인극 ‘빌라도의 고백’으로 유명한 이영식 문화선교사는 해마다 ‘사순절·고난주간 순회사역’을 전개한다. 올해 그는 ‘녹슨 세 개의 못’으로 이 사역을 재개했다. 이달 초 경기·대구지역 군부대와 학교 채플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 청운교회(17일) 영화교회(24일) 푸른나무교회(27일) 부천 참빛교회(29일) 등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이 선교사가 직접 쓴 ‘녹슨 세 개의 못’은 예수를 못 박을 때 쓴 못을 판 대장간 주인 야콥스가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목격한 후 회개한다는 내용이다. 극적이고 강렬하게 전해오는 십자가 고난의 드라마로 지금껏 1000회 이상 국내외 무대에 올랐다.

1988년 4월 부산시민회관에서 ‘빌라도의 고백’을 선보인 이래 이 선교사는 쉼 없이 사역에 집중했다. 이유는 하나다. 자신이 받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전하려는 것이다. 87년 서울연극제 무대에서 그는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허리를 다쳐 누워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때 그는 주님을 만났다. 먼지로 뒤덮인 대본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바로 ‘빌라도의 고백’이었다. 이 선교사는 “눈으로만 읽었을 뿐인데 온몸에 경련이 일면서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환갑을 넘긴 그는 요즘 류머티즘 관절염 때문에 움직이는 게 불편하다. 올해까지만 사순절·고난주간 순회공연을 갖고 가을쯤 새로운 작품 ‘사도바울’을 선보일 계획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회 안에 십자가의 메시지와 보혈의 찬송이 제대로 들려오지 않고 있음을 봅니다. 주님께서 얼마나 안타까워하실까요? 십자가는 교회 장식물도, 교인임을 표시하는 액세서리도 아닙니다. 우리가 자랑하고 노래해야 할 소중한 보배입니다.”(070-7680-3109).

사순절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음악회도 열린다. 서울시합창단은 오는 21∼2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제131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합창단이 부를 곡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으로 출애굽 사건을 다뤘다. 대본 작가 없이 헨델이 성경과 시편의 기도문들로만 편집했다.

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인 김명엽(남대문교회 협동) 장로는 “이 세상에서의 우리네의 인생을 흔히 출애굽, 즉 그리스도의 은혜로 죄의 노예에서 구출된 우리들이 광야인 현세를 지나 요단강 건너 천국으로 향하는 삶으로도 말한다”며 “이 작품이야말로 구원받은 우리들이 함께 부를 대찬양가이자 대감사가”라고 소개했다(02-399-1779).

서울모테트합창단(지휘 박치용)도 고난주간인 오는 2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의 숨겨진 보물들’을 부제로 제89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모차르트의 합창곡 가운데 ‘숨겨져 있던 보물’과 같은 명곡들을 소개하는 음악회다. 모차르트가 12세에 작곡한 수난 칸타타 ‘무덤의 음악(Grabmusik KV 42)’과 ‘성례전을 위한 기도문(Litaniae KV 243)’ 등을 노래한다. 또 ‘Credo(신앙고백)’라는 단어와 음렬을 반복 사용해 형상화된 십자가의 모양을 보여주는 미사곡을 부른다(02-579-7295).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