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인 만 나이칭씨 “낙후된 나라 가서 간호 봉사 꿈”… 3월부터 이화여대서 공부
입력 2013-03-04 09:29
미얀마인 만 나이칭(20·여·사진)씨는 13세 때 처음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만 나이칭씨는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얀마의 한 산속 마을에 봉사활동을 떠났다. 20여 가구 정도밖에 살지 않았던 그 마을에서 아버지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기도했고, 만 나이칭씨는 빨래나 청소 등을 하며 도왔다. 그러던 중 만 나이칭씨가 머물던 집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낳다가 숨졌다. 마을에는 병원은커녕 의사나 간호사도 없었다. 주민들이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려면 8시간을 걸어야 했다.
지난 22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만난 만 나이칭씨는 “주민들은 아파도 치료받을 곳이 없어 겨우 배탈로 죽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지금도 가난한 국가에서는 가벼운 질병에도 치료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대화하는 도중에도 안타까운 듯 수차례 얼굴을 찡그렸다.
만 나이칭씨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2010년 12월 한국에 들어왔다. 그녀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친언니(30) 집에서 신세를 지며 한국어를 공부했다. 한국에서 처음 맞는 겨울은 유독 추웠지만 그녀에겐 겨울 점퍼가 없었다. 지하철에서 떨고 있는 만 나이칭씨에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목도리를 건넸다. 그는 “처음 본 외국인에게 사랑을 베푸는 아주머니를 보며 나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3월, 만 나이칭씨는 한 교회 목사의 소개로 서울역에서 노숙인 진료 봉사를 시작했다. 선교단체 ‘지구촌가족공동체’와 함께 한 달에 두 번씩 서울역 주변을 배회하는 노숙인에게 감기약 등을 제공하거나 예방접종을 해주고 있다. 만 나이칭씨는 “가끔 나이 많은 노숙인들이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제가 항상 돌봐드려야 할 분들”이라고 말했다.
만 나이칭씨는 이화여대에서 실시하는 ‘이화글로벌파트너십프로그램(EGPP)’ 과정에 합격해 이달부터 간호학을 공부하게 됐다. 이 과정은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비정부 공익 부문에서 활동하는 여성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만 나이칭씨는 간호 교육을 받은 뒤 낙후된 국가에 나가 간호사로 봉사하는 게 꿈이다. 그녀는 “사실 간호사가 저를 행복하게 해줄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낙후된 지역 어느 곳이든 달려가서 그들의 몸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까지 치료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