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쌀을 만나다] 쌀의 변신, 건강밥상 책임질게!… 몸에 더좋은품종개발노력
입력 2013-03-01 17:49
비만과 각종 성인병에 대한 걱정 탓에 배불리 밥을 먹는 게 꺼려지는 시대다. 쌀 소비량은 해마다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한다. 하지만 몸에 더 좋은 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각종 건강기능 성분을 포함한 기능성 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소비자 건강을 챙겨주고, 농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태어난 기능성 쌀은 오늘도 갖가지 색으로 밥그릇을 채우고 있다.
어머니가 보내준 검은 쌀로 생전 처음 밥을 지었다. 흰쌀과 섞어 쌀을 씻었다. 쌀뜨물이 시커먼 색이다. ‘혹시 색소를 입힌 건가’라는 불안감이 들어 몇 번을 씻었지만 좀처럼 검은 기운이 빠지지 않는다.
전기밥솥에 넣고 기다렸다. 칙칙 소리를 내던 밥솥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더니 밥이 다 됐다는 알람을 울렸다. 뚜껑을 열어보니 20%도 넣지 않은 검은 쌀 때문에 밥이 온통 검은색이다. ‘어머니가 해로운 걸 주셨겠어’라고 생각하며 밥을 먹었다. 검은 쌀이 씹힐 때마다 톡톡 터지는 느낌이 이채롭고 맛도 괜찮았다.
◇1세대 기능성 쌀 ‘흑진주’=검은 쌀 품종인 ‘흑진주’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1세대 기능성 쌀이다. 검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색소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밥은 물론 쌀뜨물도 검은색이 된다. 안토시아닌에는 항산화, 항암, 항알러지 등의 효과가 있다.
농진청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흑진주가 간의 지방 축적을 억제하고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낮춘다는 결과를 얻었다. 7주 동안 정상 지방식을 먹인 쥐, 고지방식만 먹인 쥐, 흑진주 추출물이 첨가된 고지방식을 먹인 쥐 등 3개 실험군으로 나눠 비교·분석을 했다.
실험 결과 고지방식만 먹인 쥐에서는 염증을 동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슷한 간 지방 축적이 관찰됐다. 특히 간 지방 축적 정도(steatosis grade score)를 수치화한 등급이 2.6으로 매우 높게 나왔다. 또한 혈중 중성지방과 총 콜레스테롤의 농도가 각각 38%, 22%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반면 흑진주 추출물이 첨가된 고지방식을 먹인 쥐는 지방 축적 정도가 0.3으로, 정상 지방식을 먹인 쥐의 지방 축적 정도(0)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혈액 내 중성지방도 고지방식만 먹은 쥐와 비교해 13%가 줄었다. 총 콜레스테롤은 15%가 감소했다.
◇흑진주의 후손들=멥쌀을 기반으로 개발한 흑진주를 개량해 찰기 있는 ‘흑진주찰’과 독특한 향이 나는 ‘흑메향’, 쌀의 영양 성분이 집중된 쌀눈의 크기를 키운 ‘눈큰흑찰’이 연이어 개발됐다.
눈큰흑찰은 쌀눈이 일반 벼보다 2.9배 정도 크다. 쌀눈에는 각종 필수아미노산과 생리활성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그 중 가바(GABA·γ-aminobutyric acid)는 뇌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큰흑찰의 현미는 가바 성분 함량이 일반 벼에 비해 9배 정도 높고, 발아된 현미는 가바 함량이 더욱 높다. 칼슘과 철분 등 각종 무기성분이 1.5∼2배 정도 높으며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까지 함유하고 있다. 농진청은 2015년 종자 보급을 목표로 눈큰흑찰의 종자 증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흑메향은 향을 갖고 있는 검정색 멥쌀로 흰쌀에 섞어 밥을 지었을 때 쌀알이 잘 퍼지고 향이 좋아 밥맛 개선효과가 있다. 흑메향은 현재 남부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 ‘흑남벼’보다 수확량이 많고, 재배안정성이 좋아 농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잘 쓰러지지 않고 도열병, 흰잎마름병은 물론 서남부해안 지역에 문제가 되고 있는 줄무늬잎마름병에도 강한 품종이다.
◇붉은 쌀, 녹색 쌀도 있어요=쌀의 색깔은 이삭이 나온 후 벼가 익어감에 따라 배젖 안에 안토시아닌 및 탄닌 계통의 색소가 축적돼 나타난다. 녹색 쌀은 검은 쌀, 붉은 쌀과는 달리 낟알이 익는 시기 이후에 엽록소가 현미의 바깥 부분에 계속 남아 녹색을 띄게 된다.
녹색 쌀에는 당뇨·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클로로필,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들어있다.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이 일반 쌀에 비해 25∼75% 가량 많아 어린이 성장발육에 효과적이다. 붉은 쌀은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어 노화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
흰쌀인 고아미 4호는 칼슘·철분 등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쌀눈과 쌀겨가 제거된 백미 상태에서도 일반 쌀에 비해 칼슘, 철분, 칼륨, 아연 함량이 50% 이상 많다. 아밀로스의 함량이 높아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어린아이나 식도, 위 등이 약한 환자도 쉽게 소화가 가능하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